새 교육과정 정착 ‘교원 전문성’ ‘환경 개선’이 관건

2016.10.24 16:37:51

제3차 현장교원 중심 교육과정포럼 개최

‘학생참여 수업’ 주제 연극 관람 후 교사 토론
"잡무 경감·충분한 연수, 시설·도구 지원 전제돼야"
"대입·수능 따라 영향…강의식 수업과 조화 필요"

 

현장 교원들은 2015 개정교육과정이 지향하는 학생 참여형 수업의 성공을 위해 충분한 연수 등 교사 전문성 신장 방안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육정책연구소(KIEP)는 21일 경기 일산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교육연극을 통해 살펴본 행복교육’을 주제로 제3차 현장교원 중심 교육과정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교육극단 ‘산타클로스’의 연극 ‘선생님이 좋아서요’를 관람한 후 교사들이 토론하는 다소 이색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극은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학생 참여 수업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극중 주인공 장미래 교사는 수행평가로 아이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토론하게 하는가 하면,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특징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 하도록 수업을 펼친다. 또 남다른 시각과 감수성을 가진 아이를 가르치고, 학생 참여 수업을 이끌며 느끼는 어려움과 현장의 시선도 그대로 담겼다.

 

70여 분 간의 연극이 끝난 뒤 교사들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교사들은 연극 내용 전반에 공감하면서 학생 참여 수업을 포함한 새 교육과정의 교실 적용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정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 교육과정 도입으로 현장이 느끼는 부담과 우려는 굉장하다”며 “하지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적정한 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위한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정 경기 일산초 수석교사는 “이제 교사들은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교과별로 흩어져 있거나 중복된 주제에 대해 전교과적 통찰력을 갖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이를 인지하는 교사들이 대폭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고민도 많이 나누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교사들은 새 교육과정의 안착을 위해 환경 개선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정민 인천 연성초 교사는 “학생 참여형 수업 자체는 공감 가는 말이지만 ‘말 잔치’에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 참여형 수업은 준비에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필요로 한다”며 “교사들의 잡무를 줄여주는 방안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이상적인 슬로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경진 경기 고양국제고 교사는 “당장 2018년 고교 1학년에 적용될 통합사회, 통합과학(교육과정)을 위해 시설 확보 및 교원, 교과서, 프로그램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가 높다”며 “창의, 융합인재 양성이 자칫 인기 영합적 구호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봉병탁 광주 서강고 수석교사는 “교사가 참여형 수업을 하려는 수업 준비와 교실 내 환경, 교육도구가 준비돼야 한다”며 “예전에도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하려했지만 실질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입과 수능 방향이 학생 참여형 수업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용철 서울 경희여중 교사도 듣기가 70%에 달하는 강의식 수업에 익숙했던 학생들이 참여형 수업에서 말하기를 주저하는 부분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교사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시도하기 전에 수업에서 학생들의 언어활동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쑥스러워 한다거나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보여 따돌림을 당할 거라는 걱정 등 말하기 활동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먼저 되돌아보는 관점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창의, 참여 등 유행에만 매몰돼 강의식 수업을 도외시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조화롭게 운영해야 하는 부분도 강조했다.

 

강 교사는 “강의식 수업 보다 참여형 수업을 더 좋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업 상황에 따라 강의식, 참여식 모두 필요한 것”이라면서 “물론 다양한 레시피를 아는 요리사가 더 맛있고 매력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듯, 다양한 교수법을 습득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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