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전문가 확대? 현실 모르는 소리”

2016.11.03 20:01:37

대부분 전담 경찰에 의존…법조인·의료인 1.2%뿐

인력풀 없고 수시 회의 개최에 참석조차 어려워
학교 단위 역부족…교육지원청 등서 심의 맡아야


“학폭위에 전문가가 많으면 좋은 줄 모르나요? 근데 하려는 분이 없어요. 어렵게 모셔도 참석은 거의 못하고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 전문가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 교원들은 학교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를 확대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다.


지난달 21일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은 학폭위의 과반수를 법조인, 경찰, 의료인 등 외부 전문가로 위촉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학부모 대표를 과반수로 구성토록 한 현행법 때문에 학폭위 결정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게 제안 취지다. 그러나 대다수 학교들은 외부 전문가를 찾지 못해 학교 전담 경찰관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교원 3명, 학부모 5명, 학교 전담 경찰관 1명으로 학폭위를 구성한 대구 A중 김모 교사(생활지도부장)는 “학부모 대표는 보통 학생 임원 부모님 중에 선출하는데 법률이나 의료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없다”며 “이전에는 외부 지인을 통해 전문가 이름만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회의 일정을 경찰관한테 맞추긴 하는데 이마저도 경찰 1명당 보통 10개 이상의 학교를 맡고 있고 본래 업무도 있어 회의 참석은 거의 어렵다”고 털어놨다. 분기별 1회, 많게는 1년에 20회까지 열리는 학폭위에 선뜻 참여할 전문가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 B중 교장은 “전문가는커녕 학부모 위원들도 사정해서 겨우 채우고 있는 실정이라 외부 전문가는 경찰관 1명뿐”이라며 “학부모 직업군 중에 변호사나 의사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교통비나 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아니어서 외부 전문가들을 참여시킬 유인책도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학폭위 구성 현황에 따르면, 전체 위원 9만 7415명 중 학부모(56%), 교원(28%)이 84%를 차지하고 경찰은 11%, 법조인은 1%, 의료인은 0.2%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교원과 학부모가 절대 다수인 학폭위의 징계 결정에 대한 공정성 시비와 불신만 커지고 있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재심 청구 건수가 2013년 764건, 2014년 901건, 2015년 97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심지어 지난 8월에는 강원도 철원에서 한 학부모가 학폭위 처분에 앙심을 품고 교감을 흉기로 위협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서울 C중 박 모 교사는 “학교 폭력 사안이 가해·피해 학생의 의견이 달라 사실 관계를 정확히 밝혀내야 하는데 학부모 위원들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교사들도 법률 전문성이 높지 않다보니 재심의나 소송에서 학교가 패소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현장 교원들은 학폭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요구한다.


김 교사는 “학교 차원에서 전문가를 위촉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전문가 구성이나 지원을 위한 인력풀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D중 이모 교사(생활지도부장)는 “동일 사안에 대해 학교별로 징계 처분 수위가 제각각이라 불만이 많다”며 “생활지도부장 모임에서는 인근 지역 학교별로 묶거나 지역별로 별도의 상설기구를 두고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 학교가 학폭 조사부터 심의까지 모두 맡고 있는데다 재심의,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부담이 너무 커지고 있다”며 “조사와 심의 기능을 분리해 학교가 조사까지는 맡되 심의는 교육지원청에 전담 기구를 조직해 운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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