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년 만에 전국 제패한 ‘기적의 소녀들’

2016.11.12 10:30:30

서울고은초,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女축구 깜짝 우승

 


교사·학생·보호시설 아이들 똘똘 뭉쳐 일군 값진 결과물

"시설·편견 등 장애물 많았지만 사랑으로 하나 돼 극복"


서울고은초(교장 채연실) 여자축구부가 창단 1년 만에 전국대회를 석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낙후된 시설 속에서 별다른 외부지원 없이 학교 구성원들끼리 똘똘 뭉쳐 일군 우승이라 더욱 값진 열매라는 평이다.
 
서울고은초는 6일 ‘2016 학교스포츠클럽 전국축구대회 왕중왕전(교육부·문체육관광부·대한체육회·대한축구협회 공동주최)’ 초등여자부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전남 순천봉화초를 1대0으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었다. 전남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4일부터 3일 간 조별예선, 8강, 4강, 결승을 치르는 동안 다섯 경기 모두 승리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9일 오전, 서울고은초 여자축구부 18명의 아이들은 ‘그날’의 기쁨을 재연하고 있었다. 기념앨범 제작을 위해 유니폼을 입고 메달을 목에 건 채 나타난 아이들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아직도 우승이 믿기지 않는 듯 메달을 만지고 또 어루만졌다. 표정은 단지 자신감이라고 표현하기엔 모자랐다. 개선장군과 같은 당당함까지 묻어났다.
 
기적 같은 결과물을 일군 아이들을 보면서 채연실 교장, 문정훈 지도교사(체육부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이 학교로 발령받은 채 교장과 문 교사는 지난해 여자축구부 탄생의 산파역할을 했다. 문 교사가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 팀을 조직하길 원했고, 채 교장은 두말 않고 지원했다.
 
문 교사는 "교장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우승의 기쁨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오직 대회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채 교장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을 한 것일 뿐"이라며 "선생님들을 전적으로 믿고 응원해주면 역량 이상을 발휘한다는 철학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여름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렸지만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장에서 땀을 흘린 결과"라면서 "문 부장은 축구에 대해 순수 아마추어였지만 스스로 공부해가며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등 열정을 다했다"고 공을 돌렸다.
 
문 교사는 전근 당시 4학년이었던 이현정, 김소울, 김유이 동갑내기 3인방의 남다른 운동능력을 눈여겨봤다. 특히 이들이 인근 보육시설 ‘송죽원’ 출신이라는 걸 알고 더욱 애정을 쏟았다. 5명이 뛸 수 있는 미니축구(풋살)팀을 만들어 서부교육지원청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자 인원을 더 모아 정식 축구팀에 도전하기로 했다.
 
5학년 8명, 6학년 10명을 모집해 축구팀을 만든 뒤에는 오전 8시에 매일 40분 운동을 하고, 매주 2회 방과후(수·토요일) 두 시간 씩 팀워크를 맞췄다.
 
훈련 첫날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던 아이들은 차차 능숙하게 드리블하고 패스를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는 무섭게 다그치는 방식 대신 대화로 깨우치는데 주력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서로 자발적으로 즐겁게 임하면서 모자란 부분들을 서로 맞춰가기 시작했다.
 
"미드필더였던 김가영(6학년) 양은 전국대회를 앞두고 남들이 꺼리는 골키퍼를 자원해 골문을 든든히 지켰고, 곽은지(6학년) 양은 누구보다 팀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재미있게 해주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해 팀워크를 다지는데 1등 공신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3인방은 축구부가 있는 경남지역 중학교로 진학이 결정됐다.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이현정(6학년) 양은 "다음 주 중학교 진학을 위해 전학을 가게 됐는데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을 남기게 돼 기쁘다"며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선생님들의 은혜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축구를 통해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게 더 큰 수확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주연(5학년) 양은 "축구를 시작한 이후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수업 집중력도 높아져 성적이 평균 20점이나 올랐다"고 빙긋 웃었다.
 
덕분에 학교 모습도 바뀌고 있다. 개교 이후 46년간 시설 보수가 거의 없어 곳곳에 웅덩이가 생기고 먼지만 풀풀 날리던 운동장은 이제 먼지 없는 운동장으로 탈바꿈했다. 지역 독서골든벨 대회도 상위권을 휩쓰는 등 긍정적인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채 교장은 "나는 선생님들이 능력을 잘 발휘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밖에 없다"면서 "앞으로도 선생님과 아이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교육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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