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엄혹한 시절, 한겨레(2016.11.18.) 보도에 따르면 11월 12일 100만 명이 모인 촛불집회에서 MBC는 로고 없는 중계팀 버스 위에서 ‘MBC’ 태그를 뗀 마이크를 들고 방송에 나섰다. 취재현장에서 시민들의 “너흰 왜 왔어? 당장 꺼져” 따위 모욕과 냉대가 빗발쳐서다. KBS 역시 크게 예외가 아니라는 신문기사를 읽기도 했다.
MBC 보도국 게시판엔 “이러려고 기자된 게 아닌데”라는 자괴감과 참담함 등을 토로하는 글들이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같은 신문에서 김성해 대구대 교수는 “김재철 사장 이후 엉뚱한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언론사가 권력 감시의 역할보다 윗사람 눈치보는 조직문화로 바뀌었다”며 MBC를 꼬집었다.
필자 역시 오래 전 밤 뉴스 채널을 MBC에서 SBS로 바꾸었다. 방송시간이 ‘KBS 뉴스9’에 비해 너무 짧은게 흠이지만, ‘SBS 8뉴스’는 엄혹한 시절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150만 명이 모인 11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촛불시위에 맞춰 ‘SBS 8뉴스’를 밤 7시부터 1시간이나 늘려 특집 방송한 걸 예로 들 수 있다.
상업방송인데도 SBS는 그뿐이 아니다. SBS는 월~금 오후 3시 ‘뉴스브리핑’이라든가 매주 토요일 밤 11시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프로를 통해서도 방송 본연의 감시 및 비판 기능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특히 ‘그것이 알고 싶다’가 돋보인다.
시사고발 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는 SBS 개국 다음 해인 1992년 3월 31일 첫방송을 시작한 장수 프로그램이다. 지난 해 9월 5일 이미 1000회를 돌파했다. 무려 24년째 방송되고 있으니 그 장수가 놀랍기만 하다. 시사프로여서 그 의미가 훨씬 크다 하겠다.
2008년 3월 1일부터 8년 8개월째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은 1000회 돌파 시점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 제작진과 공감해준 시청자 덕에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송하고 있으니 그 기조가 변함없다는 얘기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11월 19일과 26일 밤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민감한 국민적 관심사를 연속 방송했다. ‘대통령 시크릿’과 ‘악의 연대기-최태민 일가는 무엇을 꿈꿨나?’(이하 ‘악의 연대기’)가 각각 그것이다. ‘대통령 시크릿’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대통령의 7시간을 다루었다. 아울러 박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10년 줄기세포 시술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이라 그런지 이 방송은 1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사프로의 그런 수치는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24년 방송역사상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SBS가 밝힌 ‘그것이 알고 싶다’ 이전 최고 시청률은 2008년 4월 12일 17.2%(수도권 기준)를 기록한 ‘인간의 조건2 자식만을 믿은 죄-해외 고려장’편이다.
‘악의 연대기’는 13.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정희 대통령 살해범 김재규가 죽으면서 남기고 싶어했다는 최태민 행적을 중앙정보부 조사에 근거해 펼쳐낸다. 최태민은 ‘육영수 보여주기’ 최면술로 대통령 큰딸을 사로잡는다. 육영재단과 영남대 이사장이면서도 최태민에 휘둘리는 박대통령 모습도 드러난다.
나아가 최태민의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등 탄핵을 받게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최순실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박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분석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셈이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를 못잊어 하는 독재자 딸이기에 대통령으로 뽑아선 안될 후보였다는 깨달음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물론 ‘대통령 시크릿’을 통해 세월호 참사 당시 박대통령의 7시간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악의 연대기’ 역시 한겨레 등 이미 언론에서 다룬 내용이긴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룬 현직 대통령에 대한 의혹 2편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엄혹한 시절 방송의 역할을 다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