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교육장관에 ‘시장주의자’ 낙점

2016.11.30 18:52:09

학교 선택권·자율형 공립교 확대 지지해온 벳시 디보스 내정
교원단체 “공교육 민영화·황폐화…일부에만 선택권 돌아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교육의 시장주의 도입을 지지해온 여성 인사를 교육부 장관에 내정해 ‘공교육 해체’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3일 스쿨 바우처 제도와 차터 스쿨 확대를 지지해온 벳시 디보스 미국 어린이 연맹 회장을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디보스 내정자는 청정에너지 사업 등에 투자하는 ‘윈드퀘스트 그룹’의 회장도 맡고 있다. 디보스의 남편은 미국의 건강기능식품 업체 암웨이 집안의 상속자다. 디보스는 올해에만 공화당 측에 27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디보스는 공교육 예산으로 거주지 학군을 벗어나 학생이 원하는 다른 학군 공립학교나 사립학교로 갈 수 있도록 학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또 예산은 주정부 지원과 기부금으로 지원하되 운영은 사립학교처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차터 스쿨(자율형 공립학교) 확대도 지지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연방 정부 예산 200억 달러를 투입해 저소득층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는 스쿨 바우처 제도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왔다. 그래서 미시건주 공화당 위원장을 역임하며 스쿨 바우처를 주도하고 차터 스쿨을 확대한 디보스의 낙점이 전혀 의외의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 언론의 분석이다.  

게다가 인디애나 주지사였던 부통령 마이크 펜스도 인디애나 주에 스쿨 바우처 제도를 대폭 확대한 인사라 트럼프 정부 하에서 학교 선택 자유화 바람이 더욱 거세게 휘몰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쿨 바우처 제도는 버만트주와 메인주에서 각각 1869년, 187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학교가 부족해 거주지 외의 학군에 있는 학교 선택을 허용했던 것이다. 그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의 자유’가 인기를 얻으면서 공교육에도 경쟁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져 1980년부터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쿨 바우처와 차터 스쿨이 공교육 체계를 약화시킨다는 반대 여론 또한 높다. 학교 선택권이 학교 간 격차를 불러오고 차터 스쿨 외의 공립학교는 학력 저하 등의 문제로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교사연합회(AFT) 랜디 와인가튼 회장은 성명을 통해 “디보스를 임명한 것은 공교육을 민영화시키고 파괴시키려는 것”이라며 “모든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 선택권이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디보스는 교육자로서의 경력도 전혀 없다”며 “대다수 유권자들이 반대하고 특정 지지자의 이익만 충족하는 교육정책을 돈으로 밀어붙이려는 부유한 상속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방정부의 교육 정책이 미국 전역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 교육부를 해체하고 각 주에 권한을 일임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듯이 연방 정부의 역할은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 전체의 공교육 예산은 연간 6000억 달러 규모로 이중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불과 9%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연방 정부가 스쿨 바우처 제도에 200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해도 각 주에서 1100억 달러의 막대한 예산을 추가 투입해야 해 현실성이 낮다.

스쿨 바우처 제도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가 추가 증세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높다. 1만 3000여 개에 달하는 각 지역 교육청 예산의 절반은 해당 지역 주민의 보유세로 충당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재옥 현지 동시통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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