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 적용, 속도가 아닌 방향 중요

2016.12.01 10:34:50

역사 교과서 문제 이념, 정치가 아닌 교육적 관점에서 풀어야

교육부가 중등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국정 교과서는 중학교 역사1, 2와 고교 한국사 등 국정 교과서 23권이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로 한반도가 시끄러운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듯 매우 혼란스럽다.


현재 청와대와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 적용 강행을 주장하고 검토 의견을 수합하고 있다. 반면 역사교육연대, 전국 역사·사학·역사교육 등 전공 교수들은 꾸정 역사 교과서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보수적 교원단체라고 일컬어지는 한국교총도 애당초 요구한 3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고 국정 교과서 반대와 철회 대열 에 동참했다.


전국 교육감 중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 소속 지역에서는 국정 교과서 불채택과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국정 교과서를 주문한 학교에서도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지역 중학교 교장들은 내년 3월부터 적용하려던 중 1 역사교과서 채택을 보류하고, 이를 차년도인 중2, 3로 미루기로 했다.


대체로 이번 교육부에서 공개한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해서 반대, 수용 불가, 철회 등을 주장하는 단체, 학회의 의견과 주장은 역사교과서의 편찬과정의 비공개, 31명인 집필진의 편향적 기술, 집필진의 세부 전공 불일치, 집필 방향과 내용의 오류 등이다. 특히 19488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 갈등,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관계의 편향적 기술, 친일 관계 기술의 오류 등으로 대별된다.


물론 교육부는 공개에 즈음해 현장 검토본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실에 입각한 균형잡힌 교과서라고 주장하고 많은 역사학계, 역사교육학계에서는 반발이 매우 심한 현실이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 공개 이후 한 달간 일반 국민과 역사 전문가 등으로부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수렴된 의견은 바로 집필진에 전하고 있다. 교육부는 1월부터 본격적인 수정 심의를 거쳐 1월 말까지 교과서를 완성하고, 2월부터 인쇄 배포를 거쳐 3월에는 전국 중·고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대외적으로 현장 학교에의 강행을 주장하고 있으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교육부 내부에서도 국정화 추진을 보류하거나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 변화를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교육부는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역사교과서의 정당성 역시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진보진영과 야권은 물론, 그동안 국정교과서를 지지해 왔던 보수 교육계에서까지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어 예정대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기에는 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국정교과서 추진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굳은 의지로 시작된 일인 만큼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추진중단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뚜렷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의 적용 보류, 연기, ·검정 공동 적용 및 학교 채택 등을 고려하고 있으나 진보 사학계에서는 완전 폐기로 맞서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은 역사 교과서를 이념과 정치적 색깔로 재단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는 대상은 미래 주역인 학생들이다. 우리가 지난 해 엄청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소모적 논쟁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가를 성찰해야 한다.


물론 작금의 시국과 정세가 혼란스럽고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해서 자랑스런 대한민국으로 세울 책무도 곧 우리 국민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아주 냉철하게 자신과 나라를 바라봐야 한다. 역사는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기제이고, 역사교육은 역사를 바로 세우고 곧고 바르며 사실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 역사학계, 역사교육학계, 교육계, 학부모 등은 아주 냉철하게 우리 국정 역사 교과서를 바라보고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와 보수·진보 역사학계, 교육계, 학부모 등이 다 같이 만족할 수 있는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에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진한 부분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바로 잡아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에서도 최종 완성본에서는 이 점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도 강행만이 능사가 아님을 직시하고 완급을 조절하여 바람직한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래 계획대로 2017학년도부터 전면 적용 강행도 재고해야 한다. 물론 적용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역부족이면 보류와 연기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은 신()도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시국에서는 물리적 밀어붙이기보다는 순리를 찾는 집단지성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분명히 모든 교육이 다 그렇지만, 역사교육이야말로 속도보다 방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ejpark7@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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