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 기계교사 대 인간교사

2016.12.16 14:00:34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서 교직은 없어질 직업일까?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므로 학습을 돕는 일 즉,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 혹은 기계는 계속 필요할 것이다. 이 질문은 기계교사가 주로 그 일을 담당할지, 아니면 인간교사의 역할이 계속 중요할 지에 관한 것이다. 인간교사의 필요성 정도는 기계교사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의 기계교사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뿐만 아니라 직접 대면하지 않고 기계의 힘을 빌려 교수행위를 하는 ‘인강’(인터넷강의)까지를 포함한다. 교직이 살아남는 직업이 되려면 그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리고 새로운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교사가 갖춰야 할 역량과 교수법은 무엇일까? 
 
‘기계와의 경쟁’에서 브린욜프슨과 메카피는 머지않은 미래에 교수, 법률가 등 많은 화이트칼라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거 18세기의 제1차 기계 혁명에서는 기계들이 인간의 팔다리를 대체함으로써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2차 기계 혁명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두뇌까지 대체함에 따라 화이트칼라 노동자도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소위 감정노동자의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사람의 감정을 읽고, 적절하고 합당한 조치를 신속하게 해줄 사람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래학자들이 없어질 직업이라고 말하는 교직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으로서의 교직이다. 각 분야별로 아주 뛰어난 몇몇의 교사(교수)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아주 효과적으로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므로 교사가 별로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한다. 실비아 브라운이 ‘대예언’에서 2020년이 되면 중등학교 교사는 교실이 아니라 컴퓨터 네드워크를 이용해 전국적으로 강의하게 될 것이라고 한 예언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고등교육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무크(MOOC), 우리나라에서 번성하고 있는 인강 등을 보면 그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인강이 보편화되고 있음에도 중‧고등학생 대상 학원은 없어지지는 않고 있다. 어떤 학원이 인강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가를 살펴보면 미래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살아남게 될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인간교사와 달리 인강과 같은 ‘기계교사’가 아직 하기 어려운 것이 하나 있다. 그 것은 학습 동기를 북돋우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습 의욕과 동기를 갖고 있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도 터득하고 있을 때는 ‘기계교사’를 통해 배울 수 있지만 동기가 부족하거나 공부법을 터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한계가 있다. 현실 속의 많은 학생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방법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 나아가 이를 알고 있어도 배워야 할 내용을 인내를 갖고 공부하는 훈련이 돼 있지 않아 지속하기 어렵다.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적합한 교수법을 활용해 학습을 돕고, 학습 습관을 길러주는 등의 역할은 아직 인간교사만이 할 수 있다.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공부 습관도 잘 길러지지 않은 중학생이 부모 손에 이끌려 억지로 학원을 두어 번 다니더니 재미를 붙여 열심히 다니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아이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아이도 그렇다고 해서 그 학원 강사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궁금해 찾아가 만났다. 그 학원 강사는 새로운 아이가 한 명 들어오면 그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그 아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했다. 그가 말한 몇 가지 노하우 중에는 ‘또래집단’ 활용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도 함께 먹도록 함으로써 서로 친해지게 하면 아이는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기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담임이 이렇게까지 하기 어렵지만 학원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학생이 자신을 좋아하도록 하기 위해 자기가 싸온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하는 등 인간관계 형성에 초점을 둔다고 했다. 학원강사들이 공부만 잘 가르치는 기계교사가 아니라 인간교사로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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