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학교 태양광발전사업…참여 저조로 난항

2017.01.12 19:39:39

발주 학교 273개교…목표치의 15%에 불과
학생 안전 우려, 관리 감독 부담이 주원인
임대료 인상, 전기 자체활용 등 유인책 필요



한국전력공사가 주도하는 ‘학교 태양광발전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될 계획이지만 학교 현장의 참여 저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안전에 대한 우려, 관리 감독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학교 태양광 사업은 한국전력공사와 6개 발전자회사가 총 4000억 원을 투자해 올해까지 전국 2000개 학교 옥상에 총 200M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생산된 전력은 한전이 판매하고 학교는 1kW당 4만 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100kW를 설치하면 연간 400만원의 임대료 수입이 생기고 학교는 이를 운영비로 활용해 연간 전기요금의 10% 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확대가 기대됐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학교 현장에서 태양광 사업은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발주에 들어간 학교는 273개교에 그쳐 목표했던 연내 2000개교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 ‘햇빛새싹발전소’ 관계자는 “대전을 시작으로 최근 서울‧경남교육청과 MOU를 맺었고 기타 지역은 사립학교 위주로 개별 학교를 섭외하는 상황이라 교육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서울의 경우 공립학교에 희망조사를 한 덕분에 120여 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구조진단 등을 통해 설치 불가 학교를 제외하고 나면 실제 운영 학교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남의 경우는 설치 가능한 도내 학교는 86개교였지만 희망 학교는 16곳에 불과했다. 이밖에 시도별 추진 상황은 부산 16곳, 대전 7곳, 대구 24곳, 인천 2곳, 광주 5곳, 강원 2곳, 충북 7곳, 전남 5곳 등이다. 
 
이처럼 학교 현장이 참여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교사‧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 관리자의 감독 책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서울 A초 교장은 “옥상에 구멍을 뚫는 시공을 한다는데 누수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화재 발생 시 옥상 대피공간이 충분히 확보되는지 걱정된다”며 “확실한 대책 없이 섣불리 신청했다가 골칫거리가 되는 것 아닌가 싶어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B고 관계자도 “지금은 설치 초기라 큰 문제가 없지만 10년 후, 20년 후 시설이 노후화 됐을 때, 또는 시설 폐기 시에 학교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사후관리가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햇빛새싹발전소’는 문제 시 알림이 뜨는 모니터링 설비가 있기 때문에 설치만 하고 나면 관리에 대해 학교가 할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올해부터는 옥상에 구멍을 뚫지 않는 ‘무타공’ 방법으로 발주를 내 누수 걱정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이나 생산된 전기 일부를 학교가 쓸 수 있게 하는 등 참여 학교를 늘리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3년부터 태양광 발전시설을 시범 운영해온 서울 C초 교장은 “작동이 잘 되는지 가끔 모니터링하고 학생들이 옥상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안전 관리를 하는 정도”라며 “크게 관여할 일은 없지만 혹시 모르니 신경 쓰이기는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된 전기를 학교에서 일부 활용할 수 있다면 더 환영받을 것”이라며 “무공해 발전시스템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더 없는 에너지 교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각종 연수, 홍보활동을 해나가는 한편 추가 협상을 통해 임대료 인상 등 유인책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햇빛새싹발전소 관계자는 “설치 전에 충분히 점검하기 때문에 안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유휴 공간을 활용해 수익도 내고, 환경보호에도 기여하는 좋은 취지인 만큼 더 많은 학교가 참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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