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심사 유감

2017.01.19 00:00:34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을 비롯한 지방 신문사들은 신춘문예를 통해 많은 신인들을 문단에 배출했다. 신문사 방침에 따라 실시하지 않는 곳도 있고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문학도들에겐 신춘문예만큼 매력적인 문단 데뷔도 없을 것이다.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다가 제법 두둑한 상금까지 한번에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재정면에서 몇몇을 빼곤 중앙지들도 예외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지방신문의 신춘문예는 참으로 돋보이는 행사라 할만하다. 열악한 재정형편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참신하고 역량있는 신인 발굴, 오직 그 하나만을 생각하는 ‘문학정신’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중앙지보다 지방신문 신춘문예 당선작품은 꼭 읽어 보곤 한다. 참고로 내가 보는 신문은 모두 14개다. 스포츠지 1개를 포함한 중앙지 7개, 지방지 7개 등이다. 물론 게중엔 한겨레나 전북연합신문처럼 신춘문예공모를 실시하지 않는 신문들도 있다. 또 전북중앙신문처럼 실시하다가 중단된 경우도 있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지방신문의 경우 신춘문예공모 장르는 시·소설·수필·동화 등이다. 중앙일간지처럼 문학평론이나 희곡, 시나리오와 영화평론 부문은 아예 없다. 그것이 수 년 동안 해온 관행이든 신문사 나름대로 구수회의 끝에 내린 결정이든 딱히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평론가인 필자로선 좀 아쉽긴 하다.

중앙일간지 심사위원의 경우 예심을 거친 시·소설 본심은 각 2명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방신문도 예외가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쩌다 그런 것이 아니라 해마다 각 부문 1명씩만 심사위원을 위촉해 진행하는 신문도 있다. 중앙지같이 예심 심사위원 발표는 아예 없는 것도 지방신문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러나 심사위원 위촉에는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든다. 가령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3군데 지방신문(전북일보ㆍ전북도민일보ㆍ전북중앙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모두 37명이 참여했다. 그중 한번 이상 참여한 심사위원은 2회 5명, 3회 6명, 4회 3명, 5회 3, 6회 1명 등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들 심사위원중 평론가는 6명 정도이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경우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가령 전북일보의 경우 2009년부터 올해까지 9년간 참여한 신춘문예 본심 심사위원은 모두 61명이다. 이중 시인 등을 겸하지 않는 순수 평론가는 5명에 불과하다. 물론 꼭 평론가만이 신춘문예 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력(文歷)이 일천하거나 이제 겨우 작품집 1~2권만 펴낸 경우, 그리고 낮은 인지도 등 함량미달의 심사위원들도 있어 아쉽게 느껴진다. 또한 평론가로부터 작품에 대해 매끄럽지 못한 형식미 등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은 작가조차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야말로 경악할 심사위원 위촉이라 할까.

시인이 수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우도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필자로선 생전 처음 보는 그 같은 심사위원 위촉은 ‘그렇게도 수필부문 심사위원 감이 없나’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그 시인은 2009년 수필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래 거의 해마다 위촉된 바 있다.

혹 신문사와 친분이 두터워 이루어진 위촉인지도 모르지만, 의아한 것이 또 있다. 어느 해는 수필였다가 다음 해는 시 부문 심사위원인 점이다. 돌려막기라 할 그런 위촉이 어떻게 가능한건지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잠깐 망각한 처사라 여겨진다. 독자가 많든 적든 신문은 대중일반에게 널리 공개되는 공기(公器)이기 때문이다.

또 마치 ‘전속 심사위원’ 같은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어느 신문은 내리 5년 동안 특정부문 심사위원이 동일인이다. 이럴 경우 심사위원의 기호나 취향에 따라 당선작이 정해지는 고착의 폐해가 생길 수 있다. 그것이 단독 심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응모자들의 잔머리 굴리기이다. 그 심사위원 취향을 고려한 이른바 맞춤형 글쓰기가 그것이다. 특정 심사위원의 눈에 들려고 써내는 맞춤형 글쓰기가 신춘문예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살려낼 수 없음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것은 대부분 신문사들이 2명의 심사위원을 위촉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동일인을 최소한 격년으로 위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신문사들은 좋은 일을 하면서 그 의미가 반감되는 행태를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아울러 신문사 신춘문예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선 안 되는 행사여야 함을 확고히 인식하길 기대한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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