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겸임교사의 성추행과 학부모의 살인, 한국 교육 현주소

2017.02.04 20:11:40

형식적 성범죄 조회, 아동학대 전력조회만으로는 통제 어려워

충북의 고등학교에서 믿지 못할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의 딸을 산학겸임교사가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안 어머니가 교사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다. 즉 계약직인 고교 산학겸임교사 제자인 자기 딸을 성추행하자 그 사실을 안 학부모가 해당 교사를 흉기로 살해한 것이다.

피의자인 학부모 어머니는 청주의 한 커피숍에서 미리 준비해둔 흉기를 사용, 청주의 한 고교 산학겸임 교사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노래방에서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 일하다 이 학교에 산학겸임교사로 임용돼 이번 사건으로 숨진 이 교사는 학교 시간제 계약직으로 채용됐으며 범죄 전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고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인력풀로 관리하는 산업체 근무 경력자 등을 상대로 공모를 통해 산학겸임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산학겸임교사와 피해 학생이 새벽까지 노래방에서 함께 있게 된 것이 화근으로 보인다. 당시 당해 학교 학생 안전 관리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학부모의 산학겸임교사 살해 사건을 계기로 계약직으로 한시적으로 채용(임용)해 학생들 주변에서 교육, 지도, 지원 등을 담당하는 외부 인사의 채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기간제 교사, 시간제 기간제 교사, 배움터지킴이, 승하차 도우미, 사서도우미, 방과후 학교 강사, 돌봄 전담사, 자원봉사자 등 모든 외부인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한시적으로 외부인을 채용(임용)하는 경우, 성범죄 조회, 아동학대 조회 등 전력 조회를 하지만, 형식적 조사, 파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좀 더 체계적이고 안전한 체제에서 그야말로 학생들을 자기 자녀, 가족처럼 보살펴줄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우리가 이번 사건에서 성추행을 한 산학겸임교사, 살인을 한 어머니 등을 힐난하기에 앞서, 체제와 제도를 정비하고 교사는 교사답게, 학부모는 학부모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소위 역할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외부 인사들과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교육과 지원, 지도 측면에서는 무한한 교호 활동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비교육적 접촉을 가급적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 당국은 전국의 모든 학교에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할 수 있는 불안전 지대가 상존하는 지를 파악하고, 이 사각지대에 대한 안전 지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민 안전의식은 매우 향상돼 있다. 각급 행정 관청에도 안전 관련 부서가 신설됐고, 매뉴얼도 제작하여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가 진정한 안전지대이자 행복 배움터로 다시 태어나려면,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안전 보금자리 만들기에 함께 나서야 한다.

우리 시대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려면 자라나는 미래 인재인 학생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학교, 배움터를 조성해야 한다. 아무리 배움터지킴이를 배치하고 교문 앞에서 출입자를 통제해도 이번 사건처럼 학생을 지도, 지원해야 하는 사람이 일탈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저 공염불인 것이다.

물론 사람의 인권이 중요하듯이 생명은 더욱 소중한 것이다. 동기가 아무리 정당하다 해도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좀 더 냉철하게 후속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지도자의 소명을 저버리고 일탈을 자행한 산학겸임교사, 자신의 딸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고 살인을 저지른 학부모, 학교를 편안하고 행복한 배움터로 만들지 못한 학교 당국에게 공동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안타깝고 애석하긴 하지만, 이 또한 21세기 한국 교육 현장의 민낯이다. 산학겸임교사의 성추행과 학부모의 살인 사건이 한국 교육 현주소라는 사실에 국민들은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ejpark7@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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