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정약용 '덕후'…책 출간한 아이들

2017.02.06 11:23:58

경기 동화고 'STEAM프로젝트'
교사, 학생, 졸업생, 전문가 등 88명 참여
6개 주제로 1년간 진행…강진까지 답사
출판 자금 직접 모금해 500만원 마련
소설, 탐방기 등 독창적 표현으로 서술

경기 남양주 동화고 2학년 학생들과 교사 등 88명이 1년간 ‘정약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연구·조사 결과를 직접 책으로 써 화제다. 지역의 대표 인물인 다산 정약용에 대한 연구 결과를 엮어 6일 발간한 ‘융합형 인재, 다산 정약용을 말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정약용의 삶과 업적에 대한 학생들의 독창적인 시각과 접근법이 빚어낸 결실이다. 또 1년간의 연구 과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 운영의 지침서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1월 국어, 수학, 역사, 물리, 지구과학, 미술 등 담당 교과가 다른 8명의 교사들이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교사들은 정약용 선생을 소재로 연구 활동을 수행해 책을 정식 출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학생들을 모집했다. 목민심서를 읽고 독후감과 연구 활동 계획안을 제출토록 해 57명의 연구 학생을 선발하고 책 출판과 영상 제작, 삽화 작업을 위한 지원단 9명도 뽑았다. 또 지도교사보다 좀 더 가깝게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졸업생 12명을 뽑고 지역 다산문화교육원의 전문가 협조를 받기로 하면서 조직 구성을 마쳤다.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앞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강연 청취와 논문 읽기를 통해 정약용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도록 한 뒤 그의 업적과 삶에 대한 발표와 토론, 마인드 맵 작성 등을 거치며 연관성이 높은 단어 6개를 선정, 모둠으로 편성했다. 

모미아 교사는 “모둠 편성은 연구 활동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라며 “사전에 토론을 통해 학생들 안에 잠재돼 있던 관심 분야를 확인해 모둠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단어인 유배, 서학, 만남, 서민, 화성, 가족이 바로 모둠의 주제가 됐고 6개 모둠별로 연구 활동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가깝게는 남양주의 실학 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멀게는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까지 가서 그의 흔적을 찾았다.

이예원 양은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다보니 잘못된 정보가 많았다”며 “한여름에 다섯 시간 넘게 걸려 강진으로 가는 길이 힘들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방대한 자료를 접하게 돼 책 제작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종일 교사는 “학생들이 주말에 답사를 가야 한다고 찾아오면 기특하면서도 안전 문제 때문에 부담이 컸지만 아름다운 조명에 둘러싸인 화성을 함께 바라봤던 기억, 나로 우주센터가 위치한 고흥의 바다를 바라보며 삼겹살 파티를 했던 기억 등 학생들과 쌓은 추억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모둠별 글쓰기 작업을 이어갔다. 글을 쓰는 방법까지도 모둠별로 스스로 결정하도록 자율성을 줬다. 그래서 한권의 책 안에 6개의 주제별로 서로 다른 서술 방식이 적용됐다. ‘서학’ 부분에서는 가상의 인물이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소설 형태를 취했고 ‘서민’에서는 정약용 선생의 1인칭 시점으로, ‘유배’에서는 정약용의 반대파 세력, 유배지의 마을 주민, 그의 벗인 혜장스님 등 주변 인물을 통해 7개의 관점으로 나눠 그를 설명했다. 내용마다 출처를 일일이 달아 사실 관계도 명확히 드러냈다.

이상민 군은 “처음에는 연구한 자료를 그대로 적다보니 딱딱한 논문 같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그래서 모둠 친구들과 토의를 통해 소설 형태로 집필 방식을 바꿔 재구성하게 됐다”며 “정약용이란 인물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다가가니 신선했고 다양한 진로를 선택한 친구들과 함께 작업을 해 즐거웠다”고 말했다.

책 출간에는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 다양한 재능이 빛을 발했다. 출판에 필요한 자금 해결은 경영이나 경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맡았다. 지난해 9월 한달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했다. 후원자에게는 출판된 책에 이름을 기재해 주고 책 증정, 손 편지 제공이라는 혜택을 제시했다. 공공 기관 게시판, SNS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펼친 결과 140명으로부터 500만원을 투자받았다. 또 영상 분야로의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프로젝트 운영 과정을 영상물로 만들어 책에 QR코드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미술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삽화 작업에 참여했다. 

박 교사는 “책을 제작하기까지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문 읽기, 견학, 발표, 토론, 창작 등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교육 활동들을 한 번씩은 다 하게 돼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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