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댄스 재능기부, 장애학생들과 함께 하다

2017.02.14 09:18:20

"여러분, 100점 만점에 90점입니다”

40여 년 전, 내가 초등교사로 현직에 있을 때 체육시간이나 중간놀이 시간, 운동회에서 유용하게 활용했던 포크댄스가 있다. 포크댄스는 민속무용이라 하여 교육과정에 정식으로 소개돼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자신 있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당시 보이스카우트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대원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포크댄스가 단골로 자주 활용됐다.

 

이제는 공직에서 은퇴한 나. 벌써 퇴직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배움과 젊음을 재충전하려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스터디에서 동료 학우들과 포크댄스를 즐기며 친교를 다지고 있다. 수원시 주민참여예산제 워크숍에서 포크댄스 지도로 위원들을 친교와 화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적도 있다. 여기에서 포크댄스의 위대한 힘을 보기도 했다.

 

토요일인 어제 안산○○교회를 방문했다. 지인의 요청이 있었던 것이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포크댄스를 지도해 달라는 것. 일종의 재능기부다. 내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장애가 있는데 그들이 포크댄스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정오 무렵, 교회에 도착했다. 두 가지 사실에 깜짝 놀랐다. 첫째는 교회의 규모다. ‘우와. 교회가 엄청 크구나!’이다. 본관이 지하 5, 지상 4층이다. 1교육관과 제2교육관이 있다. 둘째는 토요일도 교회는 살아 숨쉬고 있구나이다. 일요일만 신도들이 찾는 교회가 아닌 것이다. 지역사회 자원을 교회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교육관 지하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메뉴는 초밥과 떡볶이다. 오늘의 점심 누가 만들었을까? 바로 오늘 교회에 나온 장애학우들이다. 지인은 1:1 결연을 맺은 학생이 과식할까봐 걱정이 크다.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사후처리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관계자를 통해 화장실에 다녀오게 한 후 안도의 숨을 내쉰다.

 

식사 후 미리 교육장을 둘러보았다. 유인물을 보니 오늘의 프로그램은 학생사랑부(·고등학교와 청년부)가 주관하는 겨울성경학교다. 일정표를 보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성경학교답게 찬양과 예배가 있고 팀별 요리 만들기, 점심식사, 포크댄스, 미니올림픽 프로그램이 나와 있다. 내가 맡은 시간은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1시간이다.

 

가장 걱정인 것은 학생들이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행동으로 움직여 줄까?’이다. 포크댄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제대로 출 수 있을까?’이다. 그 동안 교육경력과 포크댄스 지도경력을 발휘하여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한편으로 안심이 되는 것은 자원봉사자가 장애학생들을 곁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만약 학생들이 동작을 어려워 하면 여유를 갖고 진도를 천천히 나가면 된다

 

내가 지도한 것은 세계의 포크댄스 중 어린이 폴카(독일), 나막신(동유럽), 푸른 별장(프랑스)이다. 지도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린이 폴카는 구분 동작 지도에 15, 음악 맞추기에 5분이 소요되어 성공이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정말 잘 했습니다. 100점 만점에 90점입니다" 나의 지도능력이 우수해서가 아니다. 장애학생들과 이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다.

 

부부간의 사랑과 싸움을 동작으로 나타낸 나막신20분 만에 동작과 음악 맞추기가 끝났다. 장애학생이라고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했다. 그들이 비장애학생에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천천히 하고 반복하여 지도하면 그들도 비장애학생처럼 될 수 있다. 봉사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사랑과 무한한 인내다. 그들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소중한 인적자원이고 인격적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들은 3월부터 매주 토요일, 발달지체 장애인들이 마음껏 배우고 놀 수 있는 문화교실 <토요학교>에 참가하게 된다. 이 학교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등산, 볼링, 축구, 합기도, 검도, 배드민턴, 한지공예, 미술, 도자기, 음식 만들기, 마사지, 율동(댄스) 등을 선택하여 배우게 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자들이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오늘처럼 뜻 깊은 시간은 3월에도 이어질 것이다. ‘푸른 별장은 동작이 조금 어려워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았다. 3월에는 좀 더 동작이 재미있으면서 단순한 동작을 지도해야겠다. 오늘 안산○○교회 제2사랑부실에서 포크댄스를 매개로 장애학생들과 봉사자 50여 명이 함께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함께 동참한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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