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되고 벌써 중순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는 수업을 비롯한 모든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곳곳에서 아이들로부터 힘들다는 소리를 선생님들도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졸업 후의 장래까지 생각하면서 계획을 잘 세워 차근차근 자기 앞길을 헤쳐 나가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둘 사이의 차이점이 선생님들 눈에는 빠르게 들어온다. 어떻게 보면 아주 사소한 차이일 뿐인데 결과로 보면 상당히 큰 차이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학생들 중에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교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교사가 도와주겠다는데도 그 도움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즉, 선생님에게 자주 찾아가 묻는 학생이 있는가하면, 다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알아서 조용히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일이 있다. 사실 이는 성격의 차이일 수도, 신념의 차이일 수도 있으니 뭐가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대부분 결과는 도움을 잘 청하는 학생이 그러지 못한 학생에 비해 훨씬 좋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경험과 인연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 학생들이 몰랐던 것을 연결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난 대학에 아들이 다닐 때 아들에게 가끔 교수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라고 가르쳤다. 만날 때마다 인사하는 아이는 그 마음을 볼 수 없어도 행동으로 기억될 수 있다. 기억이란 참 소중한 것이다. 학생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선생님들은 바쁘니까 나 같은 학생이 시간을 빼앗는 건 실례이지 않을까?’라고 지레 짐작해 모르는 것도 묻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는 자신의 성장 못지 않게 그 이상으로 제자가 훌륭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보람이다.
아무리 바빠도 모르는 것을 물으면서 학생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싫어할 선생님이 어디 있겠는가? 선생님께 찾아가 질문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은 그런 학생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인연을 총동원 해 학생이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두 번째로, 얼마나 대담한가, 대담하지 않은가에서 차이가 난다. 가끔씩 나는 ‘저 학생이 설마 저렇게 높은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이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한 학생이 그런 대담한 목표를 삼았다는 것이 대단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가능할까하는 염려도 들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나의 도움을 받았다. 지도를 하면 실천을 잘했다. 결국에 의사가 되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열심히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살다 보면 ‘내가 감히 이렇게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그 일을 해낸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 그들이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감히 내가?’라는 의심이 들거나 주위 사람들이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할 때 '에이 나라고 뭐 못할 게 있어?’ 하고 맞받아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목표를 세운 후에는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노력도 외톨이로 홀로 하면 비효율적이다. 그 길을 이미 가 본 인생 선배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며 그길을 가는 것이다. 혼자 가다 보면 중간에 그만두기 쉽지만, 멘토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 보면 조금 힘든 시기가 와도 잘 넘어갈 수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일정한 틀 안에서 사는 것을 넘어서 원리에 입각한 ‘자기 방식’을 가진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미래를 잘 헤쳐 나간다. 학생들 가운데에는 선생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아서 그것에 딱 맞게 자료를 만들어 오는 모범생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자료는 성실함은 묻어나지만 혁신적이거나 흥미 있는 아이디어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간혹 과제 내용을 단순히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함이 아닌, 자기 삶의 중요한 어떤 부분을 밝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 그 결과물을 받아보면 독특하고 새로운 내용이 그 안에 들어 있다.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리자면, 무엇을 하든 두려움이 없는 학생이 자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미래를 잘 헤쳐 나가는 것 같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배울 것이 있는 사람에게 대담하게 다가가 질문하고, 남들이 ‘감히?’라고 생각하는 목표를 세울 수 있고, 정해진 틀도 내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 자신의 미래를 위해 그런 용기를 내는 사람을 세상도 도울 것이라 믿는다. 그런 사람은 하늘이 이미 정해 놓은 것이 아닌, 나 스스로가 되어 가야지 하고 용기를 내는 순간, 내 운명의 방향도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