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그램 작디작은 새, 동시로 날아오르다

2017.04.03 14:51:46

임복순 서울양목초 교사

첫 동시집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 큰 호응

"작은 몸으로 지구 한 바퀴 도는 새에게 감명
…마음이 무겁고 힘들 때 힘냈으면 하는 바람"



설탕 두 숟갈처럼/ 몸무게가 25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작은 북방사막딱새는// 남아프리카에서 북극까지/ 삼만 킬로미터/ 지구 한 바퀴를 난다고 한다// 살다가 가끔/ 내 몸무게보다 마음의 무게가/ 몇 백 배 더 무겁고 힘들고 괴로울 때// 나는/ 설탕 두 숟갈의 몸무게로/ 지구 한 바퀴를 날고 있을/ 아주 작은 새 한 마리 / 떠올리겠다.
 
지난해 10월초 출간돼 화제를 모은 동시집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에 실린 같은 제목의 시다. 출간되자마자 대형서점 시집 부문 1위에 오르게 만든 이 동시는 신학기 들어 초등학교 현장에서 ‘희망의 메시지’로 전파되는 등 더 큰 호응을 얻고 있어 눈길을 끈다.
 
25그램밖에 되지 않는 작은 몸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북방사막딱새에게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고, 무겁게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게 위로해주는 힘이 담겼다는 반응이다.
 
화제의 시를 지은 주인공은 임복순(52·사진) 서울양목초 교사다. 지난 2010년 ‘오늘의 동시문학’, 그리고 2011년 제3회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고 등단한 그는 5년 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이름을 알려오다 지난해 첫 동시집을 냈다.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은 그가 2012년 TV 다큐멘터리를 보고난 후 감명을 받아 지은 시로 지난 2015년 동시 전문 격월간지 ‘동시마중’ 5·6월호에 처음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임 교사는 "그 작은 몸으로 온갖 고통을 이겨가며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북방사막딱새의 대단한 날개 짓에 큰 감동을 받아 시로 옮겼다"면서 "써놓고 묵혀놨는데 3년 쯤 지나 개인적으로 슬픈 일이 생겨 상심하던 중 다시 이 시를 꺼내읽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동시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가르치는 4학년 학생들은 물론, 동시동아리반 아이들, 졸업한 제자들, 학부모들에게도 "시를 통해 위로받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임 교사가 동시와 인연을 맞게 된 건 10년 전. 동시동아리를 운영하게 된데 이어, 작은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시를 써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부터다. 당시 시인이었던 원장님은 초등교사여서 아이들과 늘 함께 하는데다 아동문학에 관심이 많은 임 교사가 시인이 되길 바랐다.
 
때마침 학교에서 진행된 국어교육 관련 연수에서 ‘동시 재미있게 교육하는 법’을 강의 듣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더 커졌다.
 
임 교사는 "동화작가이자 교감선생님인 분이 강사로 오셨는데 ‘왜 동시를 읽기만 하느냐, 랩으로 하는 등 더 재미있게 교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며 "그 때부터 동시에 애정을 갖게 되고 직접 써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작가로 등단한 임 교사는 동시를 접목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동시로 ‘개그콘서트’ 같은 콩트를 꾸미게 하는가 하면, 랩으로 만들어 보게 하고,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등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임 교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한편, 그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리얼리즘’ 동시 작품을 꾸준히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첫 동시집 반응이 너무 좋아서 후속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크긴 하지만 더 잘 관찰하고 고민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동시를 짓겠다"며 빙긋 웃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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