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 활성화 위해 임금차별 해소해야

2017.04.10 14:32:24

<2>미래사회 대비한 교육 혁신
고졸보다 대졸 임금 1.6배, 대학원졸 2.6배
교총 “학력에 따른 차별 막을 법·제도 필요”
노동시장 개선으로 입시경쟁·사교육도 해소

 “대학 4년제 나온 것보다 현장에서의 4년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고 일을 능숙하게 수행했지만 대우는 그 반대였다.”


비교적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공업계고 전기과를 졸업한 진국(가명·29세)씨는 자동화 장비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다. 취업해서 2년 동안 간단한 배선 관련 일만 했다. 모두 퇴근한 후에도 혼자 남아 프로그램 공부를 하고 명절까지 반납하며 일했지만 중요하고 복잡한 업무는 대졸자 직원에게만 맡기고 시켜주지 않으려고 했다. 월급과 승진에서도 차별을 크게 느꼈던 진국씨는 9년 동안 일한 직장을 그만뒀다.


중견기업에서 회계 업무를 하고 있는 혜정(가명·26세)씨는 중학교 때 중상위권 성적이었다. 혜정씨는 대학 진학과 취업, 그 어느 쪽으로 가든 유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전문계고 진학을 선택했다. 명확한 꿈이 없는 상태에서 대학 진학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취업을 했다. 취업한 회사에서 유일한 고졸자였던 혜정씨는 대학을 가지 않고 어린 나이에 취업을 한 것을 이상하게 보는 주변의 수군거림에 혼자 고립된 느낌을 받고 여러 차례 이직을 했다. 그러다 회사에서 제대로 업무를 맡으려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직업 교육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이 나오지만 노동시장에서 학력에 따른 이같은 차별부터 우선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따라 임금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8월 전국 만 15~24세 9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또래가 미래에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최저 임금 및 비정규직 문제(25.7%)를 1위로 뽑았다. 청소년들도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꼽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 10만 337명 중 3만 4778명(34.7%)은 대학 진학을 택했다. 취업한 학생은 4만 6716명(46.7%)이다.


실제로 통계청 ‘2016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고졸의 시간당 임금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전문대졸은 117.6%, 대졸은 160.5%, 대학원졸은 262.7%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고졸자로서 할 수 있는 일도 한정적이고 채용 과정에서도 차별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공업계고 정보통신과를 졸업한 석현(가명·26세)씨는 “고졸로 전공과 관련된 일자리는 납땜 공장과 PC수리 정도인데 이마저 사양직업”이라며 “소방 구급대원이 되고 싶었지만 대학 학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접었다”고 전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2017년 상반기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상하수도협회 계약직 직원 채용 공고에서 고학력자, 연소자를 동점자 처리 기준으로 삼은 것을 일례로 지적했다. 관계자는 “직업 관련 능력의 정도를 학력으로 재단하기 어려운데도 고학력자를 우대하는 사회적 통념이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노동 환경 개선 없이 직업교육, 취업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책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임언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직업 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학생들을 나쁜 상태로 내모는 것이 될 수 있다”며 “노동시장 여건을 개선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산업 구조가 바뀌는 만큼 자동화되는 직업에 대해 점검하고 장기적으로 활용했을 때 필요한 소양을 기르도록 직업 교육에 대해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교총은 고교에서 직업교육을 마치고 취업하더라도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임금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하윤수 교총회장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학력, 학벌 등으로 인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이 사라질 때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적성, 능력에 따라 공부하고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소모적 입시 경쟁과 사교육을 해소할 수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사교육 경감 민관위원회를 통해 임금 차별 해소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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