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무슨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아시나요?"

2017.04.20 19:35:45

게임문화포럼 게임이용자문화분과장
도영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장르·기획의도에 따라 이용 방식 천차만별
꾸준한 대화 통해 뭘 하는지부터 이해해야


"아이들이 게임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정작 어떤 게임을 하는지, 그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런 정보도 없이 게임 등 새로운 매체에 능숙한 아이들을 못하게 막는 건 부작용만 낳을 수 있습니다."
 
17일 출범한 게임문화포럼의 게임이용자문화분과장을 맡은 도영임 KAIST 교수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생·자녀에 대한 통제에 앞서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 교수는 "교사나 학부모는 게임을 '게임'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생각하지만, 게임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장르도 다양하지만, 같은 장르에도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이용자들이 게임 안에서 갖게 되는 목표나 역할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어떤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면서 게임을 나쁘다고만 하면 당연히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게임 유저가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도 교수는 이를 6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우선 '자기 성장형'은 성장과 성취에 집중한다. 이 때문에 게임을 일종의 과제처럼 여기고 성취가 부족하면 열등감을 느끼기 쉽다. '관계 지향형'은 대화와 소통이 주요 관심사다. 자유로운 인간관계를 원하므로 과도한 책임에는 부담을 느낀다. '사회적 공헌형'은 공동체 활동에 주목하며 사회적 책임과 배려·공감 등의 가치를 중시한다.
 
또한 '자기 표현형'은 남에게 멋지게 보이고 유행을 만들어 전파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 만족을 추구하느라 규칙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고립 일탈형'은 게임에만 몰입하며 관심을 끌기 위해 타인을 괴롭히기도 한다. 이런 유형은 현실세계에서도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회적 이득형'은 게임 내에서 돈, 아이템, 사회적 권력을 추구한다. 사회적 책임은지지 않으려 하고, 기회 획득을 위해 규칙을 어기는 모습도 보인다.
 
도 교수는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용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게임에 대해 꾸준히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해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대신 간접 체험 기회를 최대한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또 "요즘 아이들에게 게임은 이미 현실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에게 산과 들, 골목이 놀이터였다면, 요즘 세대에게는 게임 속 공간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서다.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탐험하고 공연 등 문화예술활동도 즐기는 아이들에게 게임은 더 이상 가상공간이 아닌 하나의 중요한 현실공간인 것이다.
 
이왕이면 실제 공간에서 그런 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는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실생활을 들여다보라고 조언했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균 여가시간은 4시간 33분이고, 이 중 TV시청이 1시간 3분, 게임은 45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 교수는 "이마저도 계속 이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자투리 시간을 전부 합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가용 시간은 더욱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을 중독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반대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게임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적은데다 최근엔 캐주얼한 스마트폰 게임이 대세를 이뤄 중독성도 낮아진 상황"이라며 "과몰입군 중 상당수는 일상생활 자체가 무너져 있어, 게임을 막아도 다른 데 중독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게임과몰입 종합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중 게임과몰입군은 2012년 0.8%에서 2015년 0.7%로 소폭 감소한 반면, 선용(善用)군은 동기간 5.4%에서 11.7%로 증가했다.
 
그는 또 "아이들 중 상당수는 게임이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여가 활용 방법이 없어서"라며 "정말 원하는 활동을 찾아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TV시청(59.5%), 게임·인터넷 등(48.5%), 휴식활동(42.5%)으로 여가를 보내지만, 향후 희망 활동으로는 관광(50%), 문화예술관람(46.9%), 취미·자기개발활동(39.8%)를 꼽았다. 게임·인터넷을 희망한 응답자는 16.9%에 불과했다.

도 교수는 "게임을 못하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은 그 자체로서 이미 주요 산업일 뿐 아니라 2차 창작물을 통해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는 핵심 콘텐츠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기성세대의 문법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통제한다면 아이의 미래를 제약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사회가 게임 활용 능력을 의미하는 '게임리터러시 1.0'과 비판적 이해와 창조적 생산 능력을 의미하는 '게임리터러시 2.0'을 넘어 게임과 연결된 현실 세계의 역학과 디지털 문화를 전체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게임리터러시 3.0’의 능력을 요구하는 단계에 들어서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게임리터러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선 아이의 행동에 대한 객관적 접근이 필요한데, 부모가 자녀 문제에 대해 이런 시각을 갖기는 어려우므로 이 부분에서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중민 기자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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