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준 첫 번째 용돈

2017.04.24 10:02:03

“아빠, 이 거 받으세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식탁위에 커다란 봉투 하나가 놓여있었다.  봉투는 무려 다섯 개가 나란히 놓여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고르란다.
“이 게 뭐야?”

난데없는 아들 녀석의 봉투 선물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엊그제 첫 월급 받았다고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할머니와 조카까지 용돈을 챙겼단다.

순간 눈물이 글썽거리며 잘 말이 나오지 않는다.
 “우와,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사실 올해 임용고사를 합격해 3월에 첫 발령을 받았는데 첫 월급은 첫 열매라 해서 헌금을 했다. 그러니까 한 달은 거의 거지같이 살았을 게 뻔하다. 더구나 방세 내고 혼자 자취하는데 필요한 부식을 사고 새로운 직원들과 인간관계를 터야 하니 많은 돈이 필요했을 법한데 어떻게 잘도 견뎠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대학시절 계속 고기 집 불판 나르기, 피아노 레슨, 과외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게 있다고 하는데 매몰차게 첫 월급을 몽땅 헌금을 했으니 아마 첫 발령지에서 어떻게 생활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아이의 자립심을 길러 준다고 좀 가혹할 정도로 아들에게만큼은 긴축재정을 했다. 그런데 두 번째 달 몇 푼 안 되는 월급으로 부모님 용돈까지 챙긴 아들이 참으로 기특하기만 하다. 요즈음 보기 드문 아이 같아 너무 감동을 받아 울컥하기까지 했다. 감기 몸살에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 마음고생까지 심했을 텐데 내색한 번 안하고  꿋꿋히 견딘 아들이 고맙고 대견스럽다.

“영광아, 뭘 이런 것 까지 챙겼니? 눈물 난다 눈물 나.”

아내도 호들갑을 떨며 정말 감동의 순간이라며 이 돈 만큼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단다. 자식을 위하는 부모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은 것 같다. 


아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려고 얼른 시장에 가서 족발을 사왔다. 아들의 몸 상태가 좋다면 함께 막걸리 한 잔이라도 기울이면 좋으련만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컨디션이 안 좋다니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길이 없다. 그래도 교직생활의 선배라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경험담을 들려준다. 아내는 그만 좀 하라며 말리지만 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아들만큼은 멋진 교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거의 설교에 가까울 정도로 열변을 토해낸다. 


“여보, 나도 교사야. 당신만 아는 척 하지 마.”
내가 좀 흥분을 했던지 아내는 그만 하라며 나의 설교(?)를 중단시킨다.

족발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교직생활의 첫 학기를 멋지고 알차게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간절히 기도를 해본다.

‘아들아, 인간의 영혼을 생명으로 이끄는 구도자의 자세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대하거라. 아빠의 간절한 바람이란다.’

조원표 경기 소안초 교사, 행복한교육 명예기자 cwp1114@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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