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으로 각박해지고 있다.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지만 꽃 한 송이도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하여 누구를 책망하고 비난을 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옛날 스승과 제자로 만나 인연을 가진 제자들이 안부를 물어 오고 있다.
선생님께
오늘 스승의 날을 핑계삼아 안부편지를 오랜만에 드립니다.
선생님 ! 무었보다도 항상 즐겁고, 건강하시기 바라면서,
그동안 잊지 않고 소식 보내주셔서 늦게나마 다시 문안드리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벌써 35년이 흘렀지만, 장흥중학교에서의 2,3학년 생활이(1981~82) 제 기억에는 생생합니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무었보다도 선생님의 열심히 사시는 모습들이
인생의 순간순간에 살아있는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이제 육십대 중반이 되셔서 인생의 성숙기에 들어서셨지만,
여전히 활력 넘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기대하며,
더불어 이제는 중년이 된 많은 제자들에게도 인생의 푯대가 되는
멋진 선생님의 역할을 계속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해도 사모님과 함께 건강하시고, 아이들도 다 잘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2017. 5. 15 장흥중 제자 OOO 드림
잊지 않고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로 보내는 그들이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 이것은 비싼 선물도, 꽃 한송이도 아닌 과거 함께 동행하였던 삶의 이야기이다. 인생이 진정 행복을 느끼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좋은 삶을 경험하는 것이다는 철학자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여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옷을 사고, 좋은 차를 사서 드라이브를 한다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순간에 불과하다. 몇 날 며칠 동안 옷 이야기, 차를 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 보아 소유가 많다고 절대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에릭 프롬은 소유냐 삶이냐를 물었던 것이 아닐까?
이런 흔적이 쌓여 가는 것은 영혼이 살아 숨쉬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과거 그들과 살면서 잊기 어려운 삶의 경험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인생은 신나게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지금 거의 60대에 접근하는 제자들은 내가 가르친 지식을 기억하는 제자는 한 사람도 없다. 그들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것은 가르치는 삶의 모습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