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제자는 늘 받기만 합니다

2017.06.07 17:42:20

 필자가 교직을 출발한 것은 1973년이다. 벌써 40년이 지났으니 강산이 4번이나 변한 세월이다. 그때 만났던 학생들은 이제 50대 중반을 넘으면서 그들도 이제 퇴직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세월은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이다. 그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많은 글을 쓰게 하였지만 스스로 경험하면서 겪은 체험을 글로 적어 보았다. 어'빛을 따라서'를 출간한 이후 어느 덧 3권째 출판이 되어 아직도 기억되는 제자들에게 선물로 보냈다. 그들에게 못다한 이야기도 담았다. 아이들도 이 책을 받아보고 자랑스럽다는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카톡으로 편집을 하여 보내 왔다.



'교육의 새로운 지평(교육타임즈 발행)'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를 1부에 적었다. 국가와 교육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평생교육 차원에서 교육이 디자인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아쉬웠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같은 문제들을 잘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2부는 제도적으로 교육이 존재하는 한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제 교육은 일정한 내용을 진리라고 가르치거나 받아쓰기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들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무엇을 하도록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을 창조하는 힘이 몸에 익혀져야 급속히 변하는 사회에서 잘 적응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공감하는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현재대로 지도하여 좋은가?'를 물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없는 학교, 교실은 붕괴를 경험하면서 교사는 탈진하게 될 것이다. 거의 보이지 않는 학생 개개인 마음의 세계를 다루는 교육은 아무렇게도 해도 좋은 일이 결코 아니다. 한 생명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3부는 '배우는 삶'이다. 삶은 어려서 부터 죽음에 이르기 까지 변화를 지속해 가는 것이다. 특히, 학생시절은 배움의 황금기이다. 이 시기에 기회를 놓치면 나중의 삶이 힘들어 진다. 그런 결과들을 우리는 많이 접하면서도 잘 깨닫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은 단면이기도 하다. 어제 KBS에서 방영된 '망각'에서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은 독립운동을 한 후손들은 나라가 해방을 맞았지만 배움의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고 말도 못한 것이 해방 후의 사회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차별을 받기에 숨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배움은 많은 것들을 체험하면서 배움의 원리를 하나하나 체득해 가는 것이다. 이제는 가르침이 아닌 배움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할 것이다.


4부는 교육의 동반자인 학부모가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되는 글들을 실었다. 나에게 배운 제자들이 아직도 중, 고, 대학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데 학부모로서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잘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글들을 엮었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 아직도 학원이나 과외 등에 의존하여 내 아이의 장래를 인도하겠다는 것은 혼이 없는 교육에 해당한다. 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더 넓고, 크게 보면서 지나친 경쟁교육의 장으로 아이들을 몰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학부모가 변해야 우리 교육이 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이 글을 보면서 사색하는 재료로 삼았으면 좋겠다.


한 제자가 보낸 메시지에는 못난 제자라고 스스로를 겸손히 낮추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못난 제자는 한 명도 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교육의 결과물이다. 큰 성공이 아니더라도 건강하게 살고 있으면 성공한 삶이다. 그들은 이곳저곳에서 향기 날리는 들꽃처럼 잘 살아가고 있으며, 종종 안부를 물어온다. 멀리서 오는 소식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고! 어린 시절 만났던 친구들과 더불어 미래를 위한 삶을 이야기 하는 그들의 축복된 삶을 위하여 내가 할 일은 오직 기도하는 것 뿐이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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