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은 대입제도를 내신 중심으로 유도하고,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과 교육방송 및 인터넷을 통한 수능과외(e-Learning)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체제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은 방향설정도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시된 정책들의 현장성과 실효성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 대책은 근본적으로 공교육 강화를 통해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없도록 하는 범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사교육을 학교교육으로 흡수하여 사교육의 팽창을 막아보자는 데 급급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공교육에서까지 사교육의 역할을 떠 안도록 하는 것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교육의 정체성마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현존하는 사교육 수요를 그대로 인정한 채 학교와 교육방송에서도 사교육의 수요를 담당토록 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수능문제 출제를 교육방송 수능과외와 연계시키겠다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부담 가중은 물론 학생들의 학교교육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학교교육의 획일화마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 방안도 입시 중심의 교육현실에 비춰볼 때 결국 획일적인 보충수업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고, 외부강사를 활용하는 것도 학교가 학원시장의 유입으로 변질될 가능성마저 있다. 더욱이 교원평가를 통해 우수교원을 확보하고 학교교육의 신뢰를 제고하겠다는 것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국민적 여론을 앞세워 교원들을 또 다시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 우려도 있다.
우수교원 확보나 교원평가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이지 단선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사항이 아니다. 우수교원의 확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및 수석교사제 도입 등 교원인사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교육비의 과도한 팽창은 공교육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동안 정부가 연례행사처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있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곧 정부의 진단과 대책이 잘못되었으며 학교현장과의 괴리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대책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발표된 사교육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여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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