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담당자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

2017.06.21 15:23:43

내가 어렸던 시절은 치수가 안돼 걸핏하면 홍수로 재난이요, 심한 가뭄으로 농사를 망친 때가 많았다. 이처럼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향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요즘 농촌은 노구가 돼 쉬어야 할 노인들만 남아 농사를 짓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또, 조금만 나가 봐도 예년에 없던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의 삶은 오랫동안 강을 중심으로 농경문화를 발달시켰다. 이에 그들은 대체로 하늘을 공경하기 때문에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잘 되고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고 하는 일종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살았다. 이렇게 형성된 민족성은 결과적으로 평화를 사랑하게 된다는 점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자연에 도전하고 자연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지탄을 받을 수도 있는 문제이다.

중국 고대 왕조인 하왕조를 창건한 우 임금은 순 임금이 죽자 왕위에 올랐다. 그는 요왕과 순왕을 모실 때와 그가 왕이 됐을 때 주요 업무가 황하를 다스리는 일이었다. 이에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황하에서 살았기에 처자를 돌볼 겨를도 없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신하를 데리고 황하를 나가던 길에 자기 집 앞을 지나게 됐다. 그도 인간이기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의 얼굴이 그립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백성을 위하는 길이 더 급하다고 생각한 그는 자기를 기다리는 가족을 못 본채 외면하고 지나갔다. 이렇게 우 임금은 세 번이나 집 앞을 지나면서도 가족을 만나지 않았다. 우 임금이 그만큼 황하를 잘 다스린 것은 그의 능력이가기 보다는 백성을 위하는 그의 진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린 시절 뙤약볕 아래서 보리를 베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도 그야말로 땅이야말로 참 정직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곤 했다. 지금 비를 기다리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까? 오로지 출세를 위해 고시에 합격하고 더 좋은 승진기회를 찾는 관리들이 알 바는 거의 없을 것이기에 정말 치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고 있는가 말이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농사 짓는 농민만이 아니요, 모든 경기가 어려운 산업현장이 그렇고, 아이들과 씨름하는 학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금의 정치는 대통령이 다 결정하는 시대는 아니다. 관료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나 차관은 모름지기 자기 담당 분야 현장을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체험해 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최근 새 정부의 공복을 뽑는 청문회를 보면서 오직 자신의 지위 상승과 부, 그리고, 자녀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수없이 법을 어기면서 살아 온 출세 위주의 습관이 몸에 벤 사람들이 과연 국민의 어려움을 제대로 느끼면서 문제를 해결할 정책 수립이 잘 이뤄질지 의문스러운 것은 나만의 염려일까!

현장을 제대로 보려면 조선시대 암행어사처럼 보지 않고는 다 파악하기 어렵다. 행차할 때는 이미 다 상황이 끝나버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급등하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소리를 조금 내니 이미 부동산소개소가 문을 닫아버린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우 임금이 가족을 외면하면서까지 현장에 몰두한 것을 생각한다면 새 정부의 책임자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끊임없이 현장을 누비면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찾아 정책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면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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