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와 같은 선생님

2017.06.23 09:48:15

새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바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금 듣고 싶은 소리는 바람소리와 물소리다. 곧 바람소리와 물소리가 들리리라.


매일 볼 수 있는 정원에 한 그루의 나무가 바로 은행나무다. 부채모양의 은행나무잎이 진한 녹색으로 변해간다. 이 녹색이 찬란하게 빛나다가 가을이 되면 노란 계절로 물들일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은행나무와 같은 선생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은행나무는 뿌리가 깊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가 깊으면 태풍이 와도 넘어지지 않는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열매도 많이 맺는다. 가을의 은행을 보라 엄청 많은 열매를 보게 된다. 탐스럽기까지 하다.

선생님의 실력의 깊이가 은행나무 뿌리만큼 깊어지면 든든하게 된다.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가 있다. 주렁주렁 탐스런 제자들을 많이 양육할 수가 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잘 견뎌낼 수가 있다. 누가 뭐라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고요한 평안이 지속된다. 조용한 연구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뿌리가 깊어지기 위해서이다.


은행나무는 마주 서야 연다. 유명한 속담이다. 은행나무의 수나무와 암나무가 서로 바라보고 서야 열매가 열린다는 뜻으로, 사람이 마주 보고 대하여야 더 인연이 깊어짐을 이르는 말이다. 선생님들이 서로 등을 지고 살면 학생들이 풍성하게 잘 성장할 수가 없다. 서로 밝은 얼굴로 마주대할 정도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선생님끼리의 사이가 원수 사이가 되면 쳐다보기가 싫다. 말하기도 싫다. 언제나 등만 바라본다.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아야지 등만 바라보아서는 마주 대할 수가 없다. 선생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선생님이 계시다면 은행나무는 마주 서야 연다는 속담을 기억하길 바란다.


은행나무는 추위와 더위에도 잘 이기고 성장속도도 빠르다. 은행나무와 같은 선생님은 여름의 더위도 거뜬히 이겨야 한다. 겨울의 추위도 마찬가지다. 더위와 추위 때문에 힘들어하는 선생님은 은행나무처럼 잘 견딜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은행나무는 바닷 바람에도 견디고 공해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 요즘 같이 공기가 좋지 않아 기관지의 약화로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이 많이 계신데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잘 견디며 이겨내는 적응력도 기르면 좋겠다.


은행나무는 이식이 잘 된다. 대부분의 나무는 아무리 큰 나무도 이식력이 떨어져 잘 살지 못한다. 울산외국어고 설립 당시 커다란 느티나무를 옮겨 심었는데 결국 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전문가가 심었는데도 그러했다. 안타까웠다. 은행나무처럼 이식력이 강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동이 심하다. 이 학교 저 학교 발령을 받아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선생님을 만나고 학생들을 만난다. 어떤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선생님은 강한 선생님이라 할 수 있다.


은행나무와 같은 선생님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고 교장 moon53k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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