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도시농부 벗어난 것, 맞죠?”

2017.06.28 09:28:44

도시농부가 공원텃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내가 사는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일월호수 둑 아래에 있는 공원텃밭에는 날마다 이웃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퍼져 나간다. ‘해와 달 행복텃밭은 낮에는 해가 농작물을 키워주고 밤에는 달빛이 열매를 익혀준다. 이곳의 90여 명의 도시농부들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농작물 사랑이 남다르다. 가뭄이 한참 심할 때, 아침 6시 기상과 동시에 나가면 농작물에 물을 주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도시농부들의 특성 하나는 하루에 한 번씩 텃밭을 들려야 한다는 것. 하루라도 텃밭을 들르지 않으면, 자라는 식물들을 관찰하지 않으면 왠지 가슴이 허전하고 하루 일과가 마무리 안 된다. 이것을 습관이라고 해야 하나. 도시농부 공원텃밭 가꾸기 2년 만에 이런 일이 생길 줄 아무도 몰랐다. 내가 가꾸는 농작물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다.

 

나 역시, 무더위를 피해 주로 저녁에 나가 텃밭을 살펴본다. 하루라도 물주기를 하지 않으면 텃밭은 먼지가 날리는 운동장으로 변한다. 식물 잎은 시들시들해 목말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내가 목마른 모습이다. 두 개의 물뿌리개로 네 번 물을 주면 텃밭이 흠뻑 젖는다. 그러면 내 마음도 안정을 되찾는다. 내가 가꾸는 농작물이 마치 내 분신 같다.


 


내가 가꾸고 있는 텃밭에는 무슨 농작물이 자라고 있을까? 고추와 방울토마토는 모종을 사다가 옮겨 심은 것이고 가지 모종 네 개는 우리 아파트의 면장님이 주신 것이다. 바닥을 덮은 아욱은 김태현 대표에게서 얻은 씨앗을 뿌린 것이다. 채송화는 아내가 보관한 씨앗을 뿌린 것이다. 대파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요리하다 남은 것을 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텃밭은 우리 부부의 손길이 담겨져 있다.

 

요즘 내가 텃밭을 가꾸면서 산책객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엇일까? 1위가 어머 저 토마토 좀 봐, 저렇게 많이 매달렸네?” 2위가 이 꽃, 채송화 맞지? 채송화가 이렇게 많네!” 3이 선생님, 올해 고추농사와 토마토 농사는 풍년입니다” 4어떻게 이렇게 잘 가꾸셨어요? 세상에!” 5이렇게 농작물을 잘 가꾸는 비결이 무엇이죠?”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뿌듯하다. 마치 내가 전문 텃밭농사꾼처럼 어깨가 으쓱해진다.

 

내가 생각해도 작년에 비하면 올해 농사가 훨씬 잘 됐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본다. 작은 텃밭이지만 가축 분뇨 퇴비가 무려 네 포대가 들어갔다. 땅의 힘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폭염에 식물을 살리려고 날마다 물을 주었다. 한참 폭염 때 고추 세 포기가 말라 죽은 일도 있었다. 그 이후 물주기는 빠뜨리지 않았다. 김매기를 매일 했다. 비록 손으로 뽑는 것이지만 이것을 하지 않으면 잡초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방울토마토와 가지는 순치기를 했다. 순치기란 본가지 곁에서 새로 나오는 줄기를 자르는 것을 말한다. 순치기를 하지 않으면 토마토는 줄기가 옆으로 퍼지는데 이렇게 되면 식물은 열매 맺는 것보다 줄기 뻗는데 힘을 써 열매가 부실하게 된다. 가지의 경우, 본줄기 가지에서 나오는 잎을 떼어냈다. 이렇게 하면 영양분이 열매로 가 알찬 열매를 맺는다.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깨달은 점은 땅에 투자를 해야 농작물이 자란다는 것이다. 여기서 투자란 땅의 힘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투자 없이는 성과가 없다는 말이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벌레를 잡아주고 잡초를 뽑아 주며 물을 주고 관리를 해야 식물은 제대로 자란다. 애정을 쏟으라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자라라고 그냥 방치하면 묵정밭이 되고 만다. 우리의 교육,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은 것 아닐까?

 

일월텃밭에는 농작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꽃이 자라고 있다. 내 텃밭에는 채송화와 메리골드, 허브가 자라고 있다. 어린 단풍나무 두 그루도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씨앗이 날아와 저절로 발아한 것이다. 봉숭화꽃도 있고 나팔꽃도 자라고 있다. 여기서 얻는 것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 ‘()’()’을 부르게 마련이다. 어울려 산다는 것이 바로 인생살이의 기본이라는 것. 나는 얼마 전 우리 방울토마토 자람을 예찬하는 분께 잘 익은 방울토마토 하나를 따 드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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