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초등학교 교감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기간제 교사는 제외됐다. 그래서 기간제교사연합회는 지금 시위 중이다.
기간제 교사들의 논리는 똑같이 담임과 업무를 하는데 신분의 차이가 있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도 똑같은 영업과 판매를 하는데 업주와 알바의 신분 차이가 있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똑같은 물건이라도 백화점과 일반 매장의 가격이 다르고 똑같은 주유소라도 지역과 상황에 따라 기름값이 다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니 촛불이라도 켜야 하지 않는가?
그들은 정규직 교사가 밀어내기 한 교과수업이나 행정업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으며 정규직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를 떠넘기지만 고용 불안정성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교사들의 인적관리와 담임배정 및 각종 교육활동 조직을 하는 것은 교감의 역할이다. 우리학교에도 여러 기간제 교사가 있고 각자 맡은 업무가 있지만 똑같이 희망에 의한 담임여부와 희망에 의한 업무분장을 한다. 오히려 기간제이기에 비중 있고 힘드는 일은 못 주고 부담 없고 가벼운 일을 주려하고 있다. 그들이 들으면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정규직보다는 책무감이 덜할 수 있고 여차하면 그만둘 확률도 정규직 교사보다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보았다. 3.1자로 1년 계약 담임을 맡겼는데 열흘쯤 하다가 힘든다고 그만둔다고 했다. 그때의 황당함이란ᆢ... 그리고 기간제 교사도 똑같이 호봉을 올려주고 방학에도 급여를 지급한다. 학부모나 아이들에게 혹여 불신감을 줄까봐 교직원들에게 함구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또 그들은 애초에 임용고시로 채용하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랜 기간 공부해서 임용고시를 거쳐 발령받은 교사와 면접에 의해서 채용한 기간제 교사를 같이 봐 준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것인가? 25년 이상 계속되어온 임용고시제도가 정말 잘못되었다면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이전에 임용고시 폐지부터 요구해야 되는 것 아닌가? 정규직 교사가 되고 싶으면 시위하는 시간에 당당히 임용고시 합격하면 두말 않고 정규직 교사를 시켜준다. 고통 없는 영광 없고 고생 뒤에 낙이 온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고통과 고생 없이 정규직 교사를 날로 얻으려는 심보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할아버지가 손자 귀여워하니 상투 잡는다더니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있는가? 지금 이 시간에도 책과 씨름하고 있는 임용고시 준비생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도 한순간이다.
그리고 중등 기간제 교사들은 정부가 교사 수급 조절에 실패해 전체 임용시험 응시자의 10%만 합격하고 있다면서 임용시험에 떨어진 능력 없는 교사가 정규직이 되려 한다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초등은 교육대학만의 전문적인 교사양성으로 자격증이 주어지는 것과 달리 중등은 사대가 아니라도 일반대학에서 교직만 이수하면 자격증이 주어지는 터라 더욱 임용고시로 걸러야 한다. 그들은 오히려 할 말이 없어야 한다. 또 중등 기간제 교사들은 제2외국어 등 소수 교과목 교사의 경우 임용시험을 보고 싶어도 퇴직 교사가 없으면 선발 자체가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고 하면서 불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애초에 대학 응시할 때 그 정도 파악도 않고 지원했는지 아니면 해마다 많이 뽑는 국영수 등의 과목에 지원하지 못한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또 사립학교는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교사라도 정규직 교사로 채용하는데 임용시험 통과만으로 교사의 신분을 제한하는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그런 지적에 앞서 각자 입맛에 맞는 사립학교에 지원하면 되고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부터 고치자고 시위를 해야 순서가 아닐까? 그리고 요즘은 사립도 나름 임용고시와 같은 시험과 절차를 거치는 학교가 대부분이라고 들었다. 예전처럼 자격증만 가지고 쉽게 채용되기를 원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뒤떨어진 사고를 갖고 있음에 분명하다.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교사로 전환한다면 기존 교사와 예비 교사에 대한 역차별이 생기며 능력에 따른 균등한 임용 기회를 보장하는 교육공무원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정규직 교사의 자격이 ‘임용시험 통과’냐 ‘동일 노동’이냐를 두고 논란이 되는 것이야말로 형평성과 적법성에 어긋난다고 본다. 교육부와 지역교육청에서는 이에 대해 논의할 거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만일 학부모가 ‘선생님 임용고시 통과하고 오셨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시위해서 들어왔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또 정부는 1991년에 임용고시가 시행되기 전에 그 많은 반대시위에도 교육의 기회균등과 전문성 운운하며 정착시킬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임용고시가 아니어도 정규교사 여부를 고민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이것은 그만큼 우리 교육이 후퇴하는 것이라 본다. 모든 것이 그때그때 다르다면 법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합법적인 길을 두고 떼법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이미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