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선생님이냐

2017.07.28 14:09:11

내가 너희가 선생님이냐는 제목의 칼럼을 처음 쓴 것은 18년 전 한별고등학교 교사 시절이다. 나는 19998월 나의 18번째 책 교단을 떠날 각오를 하고 쓴 교육개혁비판이 메이저 출판사에서 발행돼 MBC TV 시사프로그램 출연 등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던 중이었다. 바로 그 책에 너희가 선생님이냐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너희가 선생님이냐는 글을 다시 쓴 것은 20081월이다. 같은 해 8월엔 아예 너희가 선생님이냐를 제목으로 300쪽의 산문집을 펴낸 바 있다. 책이 출간되자 선배 문인과 동료 교사 등 너무 도발적인 제목이라는 반응을 보인 독자들도 있었다. 나 역시 교사의 한 사람인지라 다소 난처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101월과 2너희가 선생님이냐너희가 선생님이냐2’를 연달아 썼다. “지금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쓰려니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교사도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사표(辭表)와는 너무 거리가 먼 짓들을 저질러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회일반의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 글의 한 대목이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은? 먼저 지난 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의 도화선이 된 정유라의 청담고 비리사건을 들 수 있다. 정유라의 졸업이 무효화된 청담고 비리사건은 교사들의 성적조작, 학교생활기록부 허위기재, 금품수수 등 하도 많이 그리고 널리 알려져 새삼 시시콜콜 재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20157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서울 서대문구의 고는 교사 성범죄 끝판왕이었다. “교장교사가 여학생교사 20명 성추행, 이걸 학교랄 수 있나라는 신문사설(조선일보, 2015.8.1.)이 등장할 정도였다. 학교가 아니라 성범죄자 소굴이었던 셈이다. 지금까지도 공립학교에서 어떻게 여학생교사 130여 명 피해자가 생기는 그런 참담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미스터리다.


올 여름 또다시 불거진 전북 부안여고와 경기도 여주 농업계 고 교사들의 여학생 성추행사건은 서울 고에 이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현재 학생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부안여고 교사는 모두 3명이다. 이 중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되게한 체육교사는 성추행과 함께 일부 학생에 대한 수행평가에서 실기 배점 기준과 다른 점수를 매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추행에 연루된 교사 외에 학생에게 욕설 등 폭언을 하고, 금품을 요구한 교사 7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 중 어떤 교사는 각종 기념일에 학생들에게 선물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안여고 재직 교사 44명중 10명이 성추행과 금품 요구 등 각종 비위 행위에 가담했다는 것이 신문을 통해 보도된 전북교육청 감사 내용이다.


방송과 신문보도를 종합해보면 경기도 여주 고의 경우 전체 여학생 210명중 34%에 해당하는 72명이 두 명의 교사에게 성추행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주경찰서가 이 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이다. 이들은 여학생들에게 안마를 해달라하고, 엉덩이를 만지게 하거나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동아일보(2016.5.27.)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고교 B교사는 20158월 여학생 제자에게 시험문제를 내 틀린 개수만큼 옷을 벗게 했다. 같은 해 10월까지 총 43회에 걸쳐 추행하거나 유사성행위를 했다. B교사는 일부 행위를 촬영하기도 했다. B교사는 2심 재판에서 징역 6년과 성폭력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서울신문(2017.6.30.)에 따르면 경남 하동 소재 기숙형 대안학교의 40A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여중생 3명을 모텔로 불러내 성폭행하거나 숙직실로 불러 가슴 등 신체 부위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는 성폭행성추행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나랑 같이 있었던 것을 교장에게 말하겠다협박하며 여중생들의 입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2017.2.9.)에 따르면 지난 해 4월 전남 나주 어느 초등학교 교과전담교사는 학생들에게 “(나가 놀다) 쳐 죽어라”, “이 음치 새끼야”, “이 형편없는 아이들, 너희들은 대학교도 못간다”, “꿈은 이루지 못할 것이다등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선일보(2017.2.10.)에 따르면 제주시내 어느 초등학교 담임 C교사는 ‘1일왕따(집단 따돌림)’제도를 운영했다. 왕따가 된 학생은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다른 학생들과 대화를 하거나 어울려 놀지 못했다. ‘1일왕따에게 말을 건 학생도 왕따로 만들었다.


언론에 보도된 이와 같은 교사들의 범죄 내지 사건은, 우선 너희가 선생님이냐는 비난에 아무런 답도 할 수 없게 만든다. 퇴직하여 이제 그들과 같은 교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스러울 정도라면 너무 참담한 교단 현실 아닌가. 다시는 너희가 선생님이냐따위 글은 쓰지 않는 교단이었으면 좋겠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