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혁명] 성인군자인 듯 쓰지 말라

2017.08.24 18:11:48

⑦자소서 3번, 인성 드러내기

학생 : 오늘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3번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로 했죠?
교사 : 자소서 3번에서 학생들은 추상적인 언어로 자신의 우수한 인성을 강조하는데 그보다는 구체적 사례, 직접 경험한 사건 등을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표현하는 게 중요해요. 읽다보면 마치 성인군자처럼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데 너무 작위적으로 보여요.
 
학생 : 그래도 인성이 나쁘다고 스스로 평가할 필요는 없잖아요.
교사 : 물론이죠. 선생님이 말하는 것은 고교 생활 속에서 갈등, 협력, 나눔, 배려의 상황이 흔히 발생하는데 이런 일을 부풀리거나 꾸며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거예요.
 
학생 : 그럼 나를 드러내기 위해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요?
교사 : 혹시 ‘윈-윈’ 전략을 알아요? 나만 이기는 게 아니라 함께 이기는 전략이에요. 나눔, 갈등 관리 등의 실천 사례를 기술할 때는 ‘남을 깎아내릴수록 내가 부각 된다’는 생각은 피하세요. 예를 들어 조별 프로젝트에서 모둠원 간 갈등 상황을 쓸 때, 사례의 심각성 자체를 쓰기보다 이를 해결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한 지원자의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 좋아요.
 
학생 : 예전에 친구들과 보고서 작성 수행평가를 했는데, 실은 그 내용을 자소서 3번에 쓰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학생들 모두 수행평가에 관심이 없어 저 혼자 밤새 보고서를 썼고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었어요.
교사 : 독불장군처럼 혼자 다 했다고 쓰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아요. 다른 친구들과 협력하면서 나도 성장하고 친구들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 중심에 학생이 있다면 더더욱 좋겠죠.
 
자소서 3번은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하는 문항이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인성 및 사회성을 발달시킨 과정을 보는 것이다. 4개 주제를 꼭 작성할 필요는 없으며 중요도에 따라 1~2개 주제를 다뤄도 좋다. 다만 ‘인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행평가를 준비하면서 무임승차하려는 팀원들을 어떻게 이끌었고 이를 통해 배려와 희생을 배운 사례나, 조별 실험활동을 하면서 생각이 다른 친구와의 의견을 좁혀 해결한 경험 등이 그러하다. 보통 본인이 리더로서 모든 문제를 중재하는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러나 팔로워십과 공감 능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도 의미가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변화와 성장은 추후 연계활동으로 확장시키자’이다. 멘토링 활동을 통해 친구들에게 정서적 측면에서 도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 좋다. 본인의 변화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모습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꽃에 관심이 많아 자연사박물관에서 도슨트 봉사를 꾸준히 한 경험을 토대로 생명과학동아리 공부방 봉사나 멘토링 등 재능기부의 폭과 기회를 넓힌 경험, 또는 재활용 물품을 소외된 이웃과 나눈 경험을 바탕으로 학급 독서릴레이반에서 책을 돌려가며 읽는 특색 활동으로 확대한 경험이 바로 그러하다. 
 
세 번째 키워드는 ‘공동체 의식, 협업능력을 보여주자’이다. 자소서 3번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이 일을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는 협업능력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본인 때문에 협업 또는 갈등관리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에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을 솔직하게 쓰고 그러한 경험이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면 그것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억해야 할 키워드는 ‘본인의 인성이 드러날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을 쓰자’, ‘변화와 성장 내용은 활동 이후의 연계활동으로 쓰자’, ‘공동체 의식, 협업능력을 보여주자’이다.
최철규(학종혁명 저자) 대전 동방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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