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선(43·사진) 경기 정자초 교사는 촉망 받는 아동문학가다. 지난 2007년 데뷔작 ‘은하철도999의 기적’ 출간 때 대형출판사 세 곳이 동시에 책을 내겠다고 했다. 무명의 작가에게 대형출판사 한 곳도 아니고 세 곳이 단번에 출판을 허락한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매년 한 편 이상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 중 옴니버스 소설집 ‘담배 피우는 엄마’ 내 ‘우리만의 휴전선’ 편은 초등 4학년 교과서에 실렸다. 올해도 ‘언제나 칭찬(사계절출판사)’을 펴냈다. ‘칭찬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주인공 토리의 모습을 통해 아이에게 칭찬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볼만한 내용을 담았다.
인기 작가들이 그러하듯 류 교사 역시 독서교육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교실에서 늘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일을 실천해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다른 이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그런 그가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한줄 독후감’을 제안했다. 교사나 학부모가 아이와 책을 함께 읽고 딱 한 줄의 느낌만 공유하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느낌을 간결하고 솔직하게 정리할 수 있어 독서의 순기능을 살리기에 좋다.
5일 서울시교육청 북카페 ‘꿈틀’에서 만난 류 교사는 “보통 독후감 하면 원고지를 몇 장을 써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이런 부담을 덜고 독서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저학년은 가족이야기를, 고학년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효과도 있다. 관련 이야기를 더욱 길게 주고받는 등 상담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물론 단순히 ‘재미있다’, ‘재미없다’는 식으로 내기도 하지만 그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좀 더 나은 ‘한줄’로 발전하기도 한다.
류 교사는 지난 1학기, 1학년 아이들과 강경수 작가의 ‘나의 엄마’, 이갑규 작가의 ‘진짜 코 파는 이야기’를 부모님과 함께 읽도록 한 뒤 한줄 독후감을 주고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엄마와 ‘나의 엄마’를 함께 읽은 아이가 ‘우리 엄마가 처음으로 책을 보면서 울었다’고 제출했고, 아빠와 ‘진짜 코 파는 이야기’를 읽은 아이는 ‘아빠와 같이 코를 팠다’고 냈다”며 “그걸로 끝,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죠?”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 아이는 아버지가 해외에 있는 관계로 ‘아빠가 새벽에 일어나 화상통화로 책을 읽어줬다”고 했다 면서 “이런 아이들의 인성은 잘못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류 교사는 수업시간에 잘 따라온 아이들에게 상으로 간식을 주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상’으로 할 수 있는 독서, 자연스럽게 그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교사나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솔선수범’ 자체가 가장 큰 독서교육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류 교사는 아침에 30분 간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는다.
그는 “서울남명초 시절 양미영 교장 선생님은 교사들에게 출근 후 아이들 앞에서의 독서를 권했다. 그랬더니 아이들도 따라 읽기 시작했다”며 “이 같이 함께 독서하는 분위기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각종 독서대회, 독서인증제에 매몰되는 현상에는 다소 우려하는 시선을 보냈다. 독서를 증진시키는 효과 자체는 괜찮지만, 본질과 동떨어진 부분에 집착하다보면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독서퀴즈대회의 경우 책 저자도 틀릴 만한 ‘문제를 위한 문제’ 를 출제한다”며 “이야기 자체의 힘을 믿고 아이와 함께 꾸준히 책을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