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사회

2017.10.01 00:00:00

최근 국내외의 조사 결과들을 보면 한국의 국민행복지수는 OECD 34개 회원국 중 33 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고,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 10여 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도 2009년 첫 조사 이후, 한 해를 제외하고는 OECD 국가들 중 최하위이다(연세대사회발전연구소, 2016). 이처럼 국내외에서 매년 발표되는 청소년 및 성인들의 행복지수와 자살률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니까 자살률도 그만큼 더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왜 자신의 삶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까? 기실 행복은 최고의 가치이자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소망이다. 우리가 하루하루 열 심히 살아가는 이유도 행복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의 청소년들은 성적이 행복 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척도인양 성적 올리기에 매달리는 입시 위주의 교육풍 토 하에서 삶의 여유를 상실한 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통계청의 보고서에 의하면 청소년 자살의 주된 원인은 성적 및 진학 문제(39.2%)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초·중학생들이 행복의 조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원하고 있으며,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나 상황’에 대해서는 ‘성적에 대한 압박’(23.3%)과 ‘학습 부담’(20.8%) 등을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다.


대체로 행복한 사람은 놀랄 정도로 원기 왕성하고, 결단성, 융통성, 사교성이 넘치는 사람이다. 불행한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이들은 남을 믿고, 사랑하고, 타인을 수용할 줄 도 안다. 여러 실험 결과들에 의하면, 행복한 사람들이 불행한 사람들보다 곤궁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마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소위 “기분이 좋으면 좋은 일을 하게 된다(feel-good, do-good phenomenon)”는 현상이다. 또한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불행한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들보다 훨씬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에서 종종 외톨이가 되며, 나아가 비판적이고 적대적인 성격을 갖기 쉽다고 한다. 반면에 행복한 사람들은 대개가 더 친해지기 쉽고, 마음이 넓으며, 창조적이고, 나아가 불행한 사람들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좌절감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사람이 불행한 사람보다 애정이 풍부하고 용서를 잘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기분이 좋거나 행복할 때는 더 쉽게 타인을 용서하거나 타인에게 양보하는 사례를 종종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행복은 인간의 개인적인 삶 뿐만 아니라 사회 자체를 더욱 인간적이고 즐겁게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행복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흔히 우리는 어떤 조건이 갖추어지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좀 더 성공하면, 좀 더 높은 지위에 올랐으면 행복할 텐데 하는 조건형 행복을 꿈꾼다. “10억을 모으면 나의 삶은 행복할 것이고, 그러면 그때 사회적 기부도 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과 연 그럴까?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여전히 결핍감과 불만족을 느낀다. 조건을 충족시키는 동안 욕망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경에서도 “소유하지 못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만족하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청소년 교육에서 무엇을 강조 해야 할 것인가는 자명하다. 조그만 것에서도 만족감과 행복감을 누리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GNP가 2천 불도 안 되는 나라 들이다. 청소년들도, 학부모들도, 정치인들도, 경제인들도, 교사들도, 일반인들도 모두 다 욕망의 수준을 스스로 낮추어야 한다. 나아가 청소년들의 학업에 대한 지나친 욕망 의 수준(기대수준) 또한 낮추어야 한다. 결핍 상황 속에서도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욕망의 수준을 낮추어야 한다. 보잘 것 없는 여건 속에서도 감사할 줄 알고 행 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인간을 우리는 길러야 한다.


강선보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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