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은 우리나라 계절음식의 제일 첫손가락을 꼽을 수 있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물론 전해오는 계절에 따라 절기마다 각기 다른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설날의 떡국, 대보름의 오곡밥과 부럼, 하드렛날의 볶은 콩, 유두에는 부침개(밀전병), 추석에는 송편, 동지에 동지죽 등 계절마다 제철에 나는 각종 곡식과 과일을 이용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송편이 가장 원칙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떤 방법일까 ?

내가 내 평생에 가장 멋있는 송편을 만들어 먹은 것은 197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사실 나는 그때에는 무엇이 무엇인줄도 모른 채 그저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그냥 만들어 본 것이었는데, 그게 내 생애에 가장 멋있는 송편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었다.
이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헐벗은 산을 사방사업을 하노라고 산에 있는 나무와 풀, 그리고 각종의 씨앗들을 수집하는 게 당시의 국민학교 어린이들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제였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나가서 아카시아와 잔디의 씨앗을 수집하기 까지 하였다.
그렇게 산과 들을 헤매던 우리 반 아이들은 산에 가서 잔디 씨를 따다가 더워서 못 견디겠다고 저수지에 뛰어 들었다. 물론 이 저수지의 물은 그 깊이가 겨우 어린이들의 목에 찰까 말까 하는 깊이였기에 안신을 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연못의 한쪽에는 우산만큼이나 잎이 커다란 연꽃들이 화사한 꽃과 함께 벌써 영글어 가는 씨앗들을 달고 있었다.
화사한 꽃들은 그 송이가 엄청나게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윽한 향기가 가슴을 뿌듯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열매가 익어가는 씨방은 마치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우주선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 씨방에는 작은 것은 일곱 개 큰 것은 10여개씩의 씨앗이 박혀있다. 씨앗의 생김새는 마치 잣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잣보다는 조금 큰데다가 씨앗의 껍질이 잣보다는 조금 덜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우리는 이날 산과 들의 씨앗을 따야 하였기 때문에 연꽃과 연씨 방을 제법 많이 따가지고 그것을 학교에 꽃병에 꽂을 양으로 가지고 왔다. 어떤 아이는 아무리 말려도 말을 듣지 않고 한 아름을 안고 와서는 학교 이웃에 사는 나의 집에다가 가져다 두면서,
“두고두고 보셔요” 하고 달아났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나는 집안에 가득한 연꽃의 씨앗을 잔뜩 가지게 되었다. 별로 쓸 곳도 없고 어떻게 이용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연 씨앗을 바구니에 담으니, 약 4 리터쯤이나 되는 것이었다.

이 연자(연꽃의 씨앗을 약재로 쓸 때 부르는 이름)를 어떻게 쓸까를 생각하다가 하는 수 없이 그 씨앗들을 까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연 씨앗을 일일이 까서 그 알맹이들을 밥에다 넣어서 먹어 보았으나 너무 큰 알갱이가 별로 밥맛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침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송편을 빚게 되었기에 다른 것보다는 이 연 씨앗을 송편의 속으로 쓰기로 한 것이었다.
연자를 속으로 넣은 송편, 이것은 가장 송편을 고급으로 만든 것이었다. 어느 책에서 보니까 옛날에는 임금님의 수랏상에만 오르는 가장 고급음식 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은 게 이렇게 내 평생에 다시 먹어 볼 수 없는 가장 고급 이었었다 는데 나는 세삼 그날이 그리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