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줌을 모아 배추농사 거름으로 씁니다”

2017.10.10 09:37:51

일월공원 텃밭에서 잘 자라는 배추를 보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안방 화장실 풍경은 여느 집과 다르다. 바닥 한쪽에 우유 페트병 9. 식수 페트병 4, 음료 페트병 1개 등 모두 14개가 놓여 있다. 이 페트병의 용도는 나의 오줌을 받기 위해서다. 오줌 받아서 어디에 쓰려고? 바로 내가 가꾸고 있는 일월공원 텃밭 거름으로 쓰기 위해서다. 우리 인간의 오줌은 훌륭한 거름이 된다.

 

오줌을 받아서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뚜껑을 닫아 1주일 정도 숙성시킨다. 그 다음 텃밭에 갈 때 두 개 정도를 들고 간다. 호미로 배추 주변의 땅을 판 후에 오줌을 뭇고 어느 정도 스며든 다음에 흙으로 덮는다. 배추에 화학비료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 거름을 사용한 일종의 유기농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오줌과 물을 1:10으로 섞어 사용하라고 한다. 오줌 원액을 사용하면 농도가 너무 짙어 농작물에 피해를 줄까 염려하여 희석하라는 것이다. 나도 그게 염려스러워 배추에서 좀 떨어진 곳에 소량의 오줌을 붓는다. 배추 뿌리가 직접 닿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농사 아마추어이지만 이왕 짓는 것. 실패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문득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수필 한 편이 떠오른다. 농업이 생업이던 우리의 할머니들은 절약이 생활화 되어 있어 밖에 볼일을 보다가도 소변이 마려우면 집으로 향한다. 집 오강에 받아 퇴비에 부어 거름을 만들었다. 요즘 우리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고장 나지 않은 냉장고를 어떻게 버릴까 고민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들은 집 수세식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내린다.

 

일월공원 나의 텃밭에서 가을배추가 아무 탈 없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첫째, 퇴비로 땅의 힘을 강화하였다. 작년에도 퇴비 두 포대를 뿌렸지만 올해도 가축분뇨 재료가 된 퇴비를 세 포대 분량을 땅 속에 골고루 묻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농작물이 저절로 자라는 줄 알지만 그게 아니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것이다.

 

둘째, 나의 오줌 덕분이다. 오줌을 화장실에서 처리하지 않고 모았다가 거름으로 사용하니 일석이조다. 한편으로 수돗물을 아끼면서 오줌이 요소 비료로 활용되니 농작물을 잘 자라게 한다. 이것이 작게는 지구 환경을 살리는 것이다. 나의 텃밭을 파보니 흙 속에서 애벌레들이 자라고 있다.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 농작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오늘도 아침과 저녁 두 차례 텃밭을 다녀왔다. 배추를 애정을 갖고 관찰하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배춧잎 위에 앉아 쉬고 있는 메뚜기도 보이고 잎을 갉아먹고 초록색 작은 똥을 누는 배추벌레도 보인다. 된장국을 끓여 먹으려고 배춧잎을 따다보면 잎 뒷면에 가시가 있음을 알게 된다. 병충해를 막아주어야 배추가 잘 자란다.

 

넷째, 농작물이 꽃과 함께 자란다. 텃밭에는 배추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노란 메리골드는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병충해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그뿐 아니다. 들깨와 파가 함께 자라고 허브와 중국단풍도 자란다. 떨어진 봉숭아 씨앗을 새로 발아하여 자라고 있다. 텃밭에 농작물의 다양성이 존재하면 병충해 전파도 막을 수 있다.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느끼는 점은 농작물의 생명력이다. 배추 모종 3개가 한 군데 모여 자라고 있어 분리해 놓았더니 금방 시든다. 세 개의 모종 주변에 흙을 파서 물을 주고 흙을 덮었다. 다음 날 가보니 시들었던 배춧잎이 다시 살아났다. 들깨도 농사 마무리 하느라고 80% 정도 잎을 땄다. 오늘 보니 다시 새잎이 돋아 나 식물의 전형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월호수 배수구가 하천을 이루고 흘러가는데 하천변에서 자라는 가시박 덩굴이 어린이공원의 스트로보 잣나무를 휘감고 올라가고 있다. 이대로 두면 잣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하지 못해 결국엔 죽고 만다. 잣나무를 살리려면 하천에 내려가 가시박 덩굴을 뽑거나 잘라내야 한다. 동사무소나 구청, 시청 공원녹지사업소에서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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