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첫 ‘교육’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삐걱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국정역사교과서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관련 자료의 열람 여부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 밤 11시 감사중지를 선언한 뒤 날짜가 지나 자동 산회했다.
이로써 교문위 국정감사는 9년 연속 파행을 이어가면서 불량 상임위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학생부전형 개선을 포함한 수능개편, 교육예산 확대, 교원증원 등 산적한 교육현안에 대한 고민 없이 정쟁만 벌였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교문위는 국무총리 증인채택 여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의 의미해석의 인식차이의 정쟁으로 계획된 감사일정을 진행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최순실, 정유라 증인채택과 미르재단 감사에 대해 여야가 대치하다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8개 시도교육청을 하루에 진행해 겉핥기 국감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증인선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업무보고로 시작된 이날 국감의 출발은 좋았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대의원 질의 시 끼어들기 없기, 정부를 상대로만 감사하기, 고성·삿대질 금지 등 ‘3無 국감’을 제안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같은 당 김한정 의원이 전날 교육부 역삭교과서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국정화 여론수렴 조작 의혹과 관련해 “학교정책실장이 주도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단독으로 이런 일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여야 간 설전에 불이 붙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진상조사위가 이런 발표를 한다는 것부터 의혹”이라며 “당시 국정화 반대여론을 만들기 위해 전교조에서 예시 샘플 24개 유형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는데 이것이 여론조작”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문제는 오후와 저녁 질의 때까지 공방을 이어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여론조사에서 반대 측 의견에 대한 오류도 검증해야 한다면서 문서 분량이 많아 자료제출보다는 열람을 요구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료가 33만장에 이르는 만큼 이를 복사해 제출하는 것이 실효적이지 않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열람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원장이 막고 있다고 반발했고, 유성엽 위원장은 열람 건은 4당 간사간 협의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열람이나 제출이냐를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결국 국감은 종료가 아닌 ‘자동산회’로 파행됐다.
여야 교문위원들은 첨예하게 맞서면서도 중간 중간 정책질의를 이어갔다.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학종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소개서 진실성이나 학교성적 부풀리기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서울대 수시합격자 교내상 수상현황에 따르면 평균 27개의 상을 수상하고 한 학생의 경우 120개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다”며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도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가 학종의 합격을 결정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이냐”며 “상위권 학생에게 상을 몰아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학종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1차적으로 올해 말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수정하고 최종적으로 내년 8월까지는 개선할 계획”이라며“대통령 공약대로 교사추천서나 자기소개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과 학교 안전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년간 학폭위 심의 결과를 분석해보면 초등과 고교의 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학생간 성추행이나 성폭행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고,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 전담기관이 전국적으로 28곳에 불과해 부족한 실정이라고 대책을 요구했다.
또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교육부가 국립대 LED등 교체에 1290억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급한 것은 학교 석면에 대한 대책이라고 지적했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의 측정방법이 비현실적이고 허용기준치가 높아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