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좋은 작품들을 남겼던 나태주(72) 시인과 류근원(63) 아동문학가, 전직 교장인 이들은 여전히 동심을 담아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열정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작가는 최근 독서의 계절을 맞아 아이들 사랑을 담은 책을 나란히 출간했다. 나 작가는 산문집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를, 류 작가는 창작동화 ‘피노키오 짝꿍 최점순’을 펴냈다.
나 작가의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는 자신이 그동안 지은 시에 월 20여회 문학 강연을 다니며 생긴 에피소드, 강연에서 만난 학생들의 편지와 글을 함께 넣어 사제동행의 의미를 담았다.
‘풀꽃시인’으로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 작가는 퇴임 후 10년 동안 책 40여권을 펴냈다. 올해만 여섯 번째다.
그럼에도 이번 책은 그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퇴임 후에도 왕성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라는 그. 제자의 글이 들어간 이번 책이 더욱 애정이 가는 건 당연하다.
그는 “이전에는 시에 한정해 이야기 했다면 이번에는 학생 글까지 담아 더욱 특별하다”며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 착한 미소를 보면 마음속에 사랑, 기쁨, 소망, 희망이 싹 튼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책에서는 세상 이야기, 인생 이야기까지 곁들여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시인의 감수성에 더해 ‘인간 나태주’의 면모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나 작가는 “12년 전 급성췌장염에 범발성 담즙 복막염이 겹쳐 ‘치료불가’ 판정을 받았었다. 그 때 풀꽃그림도 그리고 아이들을 떠올리며 시를 쓰는 기쁨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며 “죽을 때까지 아이들과의 만남을 기쁘게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피노키오 짝꿍 최점순’을 출간한 류 작가는 초등교장 시절 ‘산타 교장’으로 잘 알려졌던 명사다. 아동문학가로 여러 권의 책을 내 사랑받았던 그는 학교에서 저학년을 대상으로 산타 옷을 입고 동화구연에 나서며 독서교육과 인성교육을 동시에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로 인해 여러 차례 공중파 방송에도 등장했다.
그런 그는 지난해 퇴임 후에도 안산 새마을문고 회장을 지내면서 성인대상 동화구연 자격증 강의, 개별 시창작반 운영, 가정폭력 재소자들 대상 독서교육 등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프로그램 ‘복면가왕’을 본떠 ‘복면독서왕’을 고안해 여전히 재미있는 독서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류 작가는 “동네 대형마트에서 나를 알아본 아이들이 달려와 매달리는데 어찌나 예쁜지 모르겠다”고 미소 지었다.
이번에 낸 책도 아이들과 호흡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쓰게 됐다.
동네 대형마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던 초등생이 어른의 엉덩이에 얼굴을 부딪친 모습을 보고나서 ‘재미있다’ 여겨 소재로 쓰기 시작했다.
책에는 주인공 ‘피노키오’ 노기호가 80세 욕쟁이 할머니 최점순과의 첫 만남을 이 장면으로 묘사했다.
노기호와 최점순은 이후 학급에서 짝꿍으로 연결된다. 서로 세대 차이로 서먹했지만 노기호는 최점순이 결혼 일주일 만에 한국전쟁으로 남편과 헤어지게 된 사연을 알게 되고 이후 할머니가 남편을 만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전쟁이란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시선을 잘 담아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흐른다.
류 작가는 “한국전쟁을 요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일깨워주고 마음을 흔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