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돌아보는 교단 50년] 이발사 선생님

2017.11.15 13:39:50

1977년 산골벽지 학교 아이들은 박박 꺆는 머리를 깎을 돈도 없어서 털 북숭이가 되어 가지고 다니자 직젖ㅂ 바리깡<머리깎는 기계>를 사가지고 와서 아이들이 머리를 깎아 주고 아읻즐이 배워서 서로 깎아주기도 하는데....

“야 ! 너희 선생님은 아이들이나 가르치지 않고 왜 그렇게 극성이니 ?”
“뭐가 극성이예요 ?”
“선생님이 공부나 잘 가르치면 되지 뭐라고 이발사까지 하는 거라니 ?”
“아 아, 그거요 ? 선생님이 우리들이 이발을 제대로 하고 다니지 않으니까 고등학교 때 적십자 봉사활동을 하면서 배웠다고 우리들의 머리를 깎아 주시는 거예요. 그게 뭐 잘 못인가요 ?”
“그럼! 선생님은 아이들을 돕는다고 하겠지만, 우리는 바로 밥줄을 위협받고 있지 않니 ?”
“아저씨가 좀 도와준다고 생각하세요. 우리 반의 불쌍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봉사활동을 하셔서 공짜 이발을 해주었다고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시고, 아저씨가 할 일을 우리 선생님이 대신 해준다고 생각을 하시면 좋겠어요.”
“어 ! 이 녀석 보게 아주 어른보다 더 생각이 깊네 ?”
“고맙습니다. 아저씨가 이렇게 얼른 이해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승리 이발소의 주인이자 이발사인 박종일씨는 아직 어린 조카인 성직이의 말에 그만 웃어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너의 부탁을 네가 들어 주는 것으로 하마.”
“고맙습니다. 아저씨.”
이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간 성직이를 보내고 나서, 박종일씨는 혼자서 곰곰이 생각을 해봅니다. 역시 성직이의 말이 맞는 것만 같았습니다. 더구나 그 선생님이 어찌나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셨는지 온 동네에서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니, 선생님의 욕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 너희 선생님의 생각을 나도 믿고 따라 주자. 아니 아주 선생님이 그렇게 고생을 하시지 말고 아주 우리 집으로 보내라고 하자. 내가 깨끗이 이발을 해주겠다고 하자.”
이렇게 혼자서 다짐을 하면서 별난 선생님의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꿍얼거렸습니다. 하긴 우리 동네에 아직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반의 선생님이 처음 이발을 하기 시작한 것은 갓바위에 사는 영작이 때문이었습니다. 영작이가 어떻게나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는지, 선생님은 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야 ! 강영작, 넌 도무지 왜 그렇게 지저분해서 그 모양이냐 ? 옷이라면 돈이 들어야 한다지만 깨끗이 씻는 것쯤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니 ? 제발 깨끗이 씻고 머리라도 좀 깎고 다녀야 할 게 아니냐 ? 응.”
이렇게 꾸중을 하셨지만 아무리 그래 보아도 도무지 효과가 없습니다. 오늘도 또 그 모양으로 지저분해서 정신이 없게 되어 가지고 머리는 까치집을 두 개는 이고 다니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 꼴을 보신 선생님은
“야 ! 이리 와 !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반장은 얼른 선생님 집에 가서 이발기계를 달라고 해서 가지고 와라.”
하시고는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한 시간이 반쯤만큼 진행되었을 때 반장이 숨을 헐떡이면서 손에 조그만 상자를 하나 들고 들어왔습니다.
“수고했어. 그래 이리 가지고 오너라.”
선생님은 상자를 받아들고서 영작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우리들은 신기해서 모두들 구경을 하려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공부 감을 주셨습니다. 약 20분간에 풀어야 할 산수 문제를 칠판에 적어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풀면서도 자꾸만 복도 너머의 선생님을 보려고 머리를 주억거렸습니다. 강영작이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받으면서 선생님이 직접 머리를 깎아주시는 은혜를 입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머리를 깎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은근히 선생님에게 이발을 해보고 싶어서 무척이나 기대를 하였습니다. 머리가 길어도 도무지 머리를 깎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머리가 길어지면 선생님이 자기의 머리도 깎아 주리라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은근히 선생님의 손으로 머리를 깎아 주길 바라고 있을 때, 선생님은 우리들 중에서 좀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사람을 골라서 머리를 깎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들 중에서 서너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머리를 깎는 실습을 하였습니다.
“야 ! 이리 내. 이번에는 내가 할 차례야. 넌 어제도 해봤지 않아 !”
“그래도 난 한 번 더 연습을 해야 한단 말야 !”
“그래, 이번에는 경식이가 해야 돼. 어제부터 용식이 너만 날마다 연습을 하려고 그래 ?”
“그래 미안하다. 내가 아직 그런 생각을 못해서 미안하다. 얼른 이걸 받아라.”
영작이가 이발기계를 내밀자, 경식이가 냉큼 받아서 이발을 시작하였습니다. 머리를 깎고 있던 진수가 비명을 질러 대었습니다.
“아야, 아아.”
손을 들어서 기계를 멈추게 하였습니다. 경식이는 얼굴이 빨갛게 변하면서
“왜 그래 ? 아직 손을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
“아야 ! 아프단 말야 ! 내가 실험용이냐 ?”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그래 ?”
“기계를 제대로 움직이면 안 아프지 않아 ? 기계를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밀어 올리니까 아주 머리를 뽑고 있지 않아 ?”
진수가 소리를 지르자, 영작이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 ? 그런가 ? 참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데, 내가 손은 움직이지도 않고 밀어 올리고 있었으니 너무 아팠겠구나? 미안미안!”
경식이가 진정으로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였습니다. 진수는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앉아서
“야 ! 서투르면 다른 사람에게 맡길 일이지 이게 뭐냐 ?”
하면서, 손을 들어서 그만 하라는 표시를 하였습니다.
“가만히 있어 ! 공짜로 이발을 하는 주제에 웬 앙탈이야 ?”
“뭐 공짜로 이발을 한다고 ? 좋아 내가 이발요금을 낼 테니까 이발사처럼 제대로 이발을 해봐.”
“짜아식 까불고 있어 ? 가만히 있지 않으면 내가 계속 밀어 버릴 꺼야.”
“이거 봐 ? 아주 날 죽이려고 해 !”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란 말야. 알았어!”
“그래, 그래, 내가 참자.”
아이들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있을 때 선생님이 오셔서 기계를 받아 쥐고서
“자, 이제 선생님이 할 테니까 잘 보고 배워라.”
하시면서, 잡는 법부터 차례차례 보여 주셨습니다.
“자, 이렇게 잡고서 반드시 이 손으론 머리를 이렇게 잡아 주어야 덜 아플 거 야. 그냥 하면 머리가 움직이게 되지 않니 ? 그런 다음에 손을 움직일 때는 반드시 기계가 움직이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프지 않는 거야. 기계가 움직이게 되면 깎아지지 않은 머리를 기계가 물고 움직이게 되니까, 머리가 뽑혀서 아프게 되는 거야. 알겠지 ?”
“네.”
“그 다음, 이렇게 밀어 올리는데 너무 힘을 주지 말고,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가르쳐 주시는데 못 배울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 반의 아이들은 이제 서로 교대로 가르쳐 주고 배우고, 아니 서로 실습을 하도록 자기 머리를 깎게 해주고, 자기가 연습을 하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머리 깎는 법은 한 학기가 가기도 전에 벌써 반 전체가 모두 이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요즘처럼 멋지게 깎는 게 아니라, 까까머리로 밀어 버리는 이발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스스로 하게 되자 승리 이발소의 승일씨가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스스로들 자기 머리를 교대해 가면서 깎게 되었으니까요.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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