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조성철 기자] 국민들은 새 정부의 교육 국정과제 중 고교학점제 도입, 교장공모제 확대, 교육민주주의 강화를 가장 덜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최근 교육부가 업무보고에서 도입하겠다고 밝힌 ‘정책숙려제’에 입각하면 졸속 추진할 정책이 아닌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8월~9월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온라인 설문조사 한 결과를 수록한 ‘2017 교육여론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과 향후 추진하기를 바라는 정책에 대한 민심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국민들은 새 정부가 교육현장의 논란과 반발에도 서둘러 추진하는 교육정책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현 정부의 유·초·중등 교육 관련 국정과제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것을 묻는 질문에 고교학점제 도입·확대(1.9%), 교장공모제 확대(2.3%), 교육민주화 및 교육자치 강화(3.7%)는 최하위권을 나타냈다. 각각의 응답율이 5%에도 한참 못 미쳐 국민 입장에서는 가장 후순위로 추진해도 될 정책으로 풀이된다. 반면 상위 1~3위는 누리과정 국고지원, 온종일 돌봄 확대, 고교 무상교육 등 교육복지에 쏠렸다.
급변하는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답변이 63.3%로 높게 나타난 반면 있다는 의견은 9.3%에 불과했다. ‘장기 비전’도 없다는 의견이 62.3%인데 반해 있다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 ‘국민여론 반영’ 역시 있다(12.7%)보다 없다(43.2%)가 목소리가 훨씬 높았다.
학교와 교사에 대해서는 학교 급 별로 차별화된 역할, 전문성을 주문했다.
학교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초·중학교는 ‘맞춤형 상담 및 인성, 안전지도’(36.2%, 33.4%), 고교는 ‘진로 및 진학지도 강화(35.4%)를 꼽았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보다 더 강화돼야 할 교육내용으로 초·중학교는 ’인성교육‘(51.2%, 42.1%), 고교는 ’진로교육‘(28.9%)를 1순위로 들었다.
교사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능력에 대해서는 초등교 ‘생활지도 능력’(50.3%), 중학교 ‘학습지도 능력’31.8%), 고교 ‘진로·진학지도 능력’(51.7%)을 선택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가정교육의 부재’(35.4%), ‘대중매체의 폭력성’(21.3%), ‘학교의 생활지도 부족’(19.1%)을 주로 들었다. ‘경쟁적 교육제도’를 꼽은 답변은 12.8%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보고서는 “현 정부 중점 추진과제에서 낮은 순위를 나타낸 정책들은 좀 더 여유를 갖고 충분한 연구과정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교사 전문성 개발을 위한 ‘단위 자격인증제(micro-credential)’ 도입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교사 자격증은 종신제로 운영돼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완할 기제가 부족하다”며 “작은 단위로 교사의 역량 및 자격을 구분하고, 자율적인 형식학습 및 비형식학습을 통해 역량을 개발하면 인증하는 체제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