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교육] 일본교원의 헌신과 열정의 상징이자 족쇄인 ‘부카츠

2018.03.02 09:00:00

지난 2월호에 게재된 <많은 수업과 업무에 쌓인 일본의 교원 - 돌파구는 없는가>를 읽고, 업무가 많아진 이유 중 하나로 지적한 부카츠(部活)가 궁금하다는 독자가 많았다. 우리말로 ‘부(部, 클럽) 활동’을 의미하는 부카츠는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만의 독특한 학교문화이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부카츠가 학교생활의 일부이며 자녀의 참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개선의 목소리도 높다. 부카츠가 학생에 대한 일본교원 의 헌신과 열정을 상징하는 거울이지만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한 족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3월호에서는 부카츠가 활성화된 원인과 법적인 지위 등을 알아보고 긍정적인 면 뒤에 숨겨져 있는, 일본 교원들의 애환과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소개하기 로 한다.


대중화된 부카츠 ‘중학생 90%, 고등학생 70% 참가’

부카츠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부(部)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단체 활동이다. 부는 학생회나 학생자치회 소속이며 활동은 공익적이어야 한다. 부는 크게 운동계열과 문화 계열로 나눠지는데 운동계열은 구기계·무예계·격투기계·야외활동계·기타로 나눠진다. 또 각각의 계(系) 속에 세세한 종목들이 속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야구·테니스·탁구부는 운동계열에 속하며 그중에서도 공으로 하는 운동의 집합인 구기계 중의 한 종목이 되는 것이다(운동계열 → 구기계 → 야구종목). 문화계열도 예술·예능계, 학술·사회계, 기술·산업계, 교류·사상계로 나눠지며 그 안에 수많은 부들이 들어간다. 학교에 따라 가입이 의무적인 사례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부카츠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그렇지만 일본 중학생의 약 90%, 고등학생의 70%가 참가하고 있어 부카츠는 중·고교에서는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초등과 중등에 따라 부카츠의 성격은 약간 다르다. 초등학교는 대개 6교시에 교실별로 나눠하고, 교사가 주도하기 때문에 클럽활동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에서는 부카츠가 교과외활동이다. 지도교사(일본어로는 顧問이라 한다)의 지도 하에 주로 방과후 등에 학생이 자발적·자주적으로 진행하며 운영비는 학생회 예산에 서 지급한다. 이런 이유로 보통 부카츠라고 하면 중·고등학교의 것을 말한다.


이러한 부카츠는 처음부터 활성화된 것이 아니고 역사와 함께 점점 확대되어 왔다. 부카츠의 원형은 메이지(明治)시대에 생겼다. 그러나 당시의 그것은 학생들이 여가를 즐기는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부카츠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몇 가지 요인이 겹쳐지면서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활성화됐다. 와세다대학의 나카자와 아츠시(中澤篤史) 교수는 부카츠가 현재와 같이 비대하게 된 원인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전후 혼란기에 부카츠를 통해 학생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기를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였다. 단순히 놀게 하는 것이 아닌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두 번째는 1964년 도쿄올림픽이다. 올림픽 전에는 유망 엘리트 선수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데 부카츠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올림픽 후에는 운동에 소질이 없는 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면서 학생 참여가 급증했다. 세 번째는 1980년대 문제가 된 학교폭력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불량학생이 부카츠에 참여해 완전히 변했다는 미담이 확대되자 참여자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부카츠의 목적이 같은 취미나 기호를 가진 학생들이 집단을 이뤄 무언가를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것이지만 그것을 넘어 전국대회에 나가 우수한 성적을 노리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 휴일도 없이 혹독한 훈련을 하기도 하는 데, 부카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대개 이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다.


애매한 부카츠의 법적인 지위 ‘의무는 아니지만 학교의 업무’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중학생의 약 90%, 고등학생의 약 70%가 부카츠에 참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교원의 약 90%가 부카츠 지도교사를 맡고 있다. 심지어 교원 전체가 지도교사를 맡는 것을 의무로 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학생과 교원의 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카츠가 법적인 면에서는 매우 취약하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법률체계에서 부카츠는 대단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교육관련 법률 체계가 <헌법 → 교육기본법 → 학교교육법 → 학교교육법 시행령 → 학교교육법 시행규칙>으로 이어지지만 어디에도 부카츠에 관한 것이 없다. 법령상으로는 ‘부카츠를 하라’고 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 근거는 시행규칙보다 훨씬 아래인 「학습지도요령」에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부카츠’가 무엇이라는 정의만 내렸지 하라고 명령하지는 않는다. ‘학교 교육활동의 일환으로서 스포츠나 문화·학문 등에 흥미와 관심을 가진 학생이 교직원의 지도하에 주로 방과후 등에서 자발적·자주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스포츠나 문화, 과학 등에 친숙하게 만들어 학습의욕의 향상이나 책임감·연대감의 함양 등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에 있고, 학교 교육의 일환으로서 교육과정과의 관련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부카츠는 ‘학생이 하고 싶어서 자발적·자주적으로 하는 활동’이며 ‘교과과정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가 꼭 할 필요가 없다'는 정도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일정 학생 이상이 설치를 요구하면 학교가 판단해서 설정하기 때문에 ‘학교의 업무가 아니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래서 일본의 교원들은 부카츠가 의무나 필수는 아니지만, 학교의 업무라는 인식을 관행적으로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일본의 중앙교육심의회에서도 교사의 업무를 줄이기 위한 긴급조치에서 ‘각 학교가 부카츠를 설치·운영하는 것은 법령상의 의무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대 부분 중·고등학교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지도교사를 맡아야 한다’면서 ‘실시한다면 학교 교육의 일환이기 때문에 학교의 업무다’라고 했다. 종합하면 ‘의무나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가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게 된다면 학교 교육 의 일환이기 때문에 학교의 업무가 된다’는 복잡한 정의가 내려지게 된 것이다.


지도교사의 애환 ‘설날에도 나가야 하나’

부카츠가 학생의 자아실현이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교사에게는 신체적·시간적으로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 부카츠에는 일본어로 고문(顧問)이 라고 하는 지도교사가 배정되는데, 지명되면 부카츠가 교육과정 외라고 해도 거부 하기가 어렵다. 가쿠슈인대학 나가누마 유타카(長沼豊) 교수는 「부카츠 지도교사 와 일하는 방식개혁」이라는 기사(NHK 홈페이지, 2017.2.9.)에서 중학교 야구부 지도교사를 맡게 된 초임교사의 목소리를 실었는데, “매일하는 수업 시작 전의 아침 연습과 방과후 연습 지도를 위해 평일은 저녁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간다. 매일 15 시간 근무한다. 토·일요일도 하루종일 부카츠에 매달리기 때문에 월요일에는 쓰러 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썼다. 나가누마 교수는 지도교사를 이렇게 장시간 근무하게 한 원인을 세 가지로 들었는데 첫째, 부카츠가 교육과정 외의 활동이라 정규과 정보다 오히려 활동시간을 임의로 늘리기 쉽다는 것이다. 둘째, 학부모나 사회의 요구를 잘 받아주기 때문이다. “전에 선생님은 더욱더 자상하게 지도해 주셨다”든지 “대회에 우승하기 위해서 옆의 학교는 더욱더 오래 연습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교사는 ‘학생을 위해서라면’이라는 가치관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시간 근무를 ‘스스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부카츠에서 활약한 학생이 전국대회에 우승도 하고 올림픽에도 나가기 때문에 학부모나 사회의 요구에 쉽게 ‘못한다’고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교직사회의 풍토다. ‘부카츠 지도는 당연하다’ ‘잔업도 당연하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지도교사를 안 하겠다고 말할 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한국의 설 연휴에 해당하는 일본의 오쇼가츠야스미(お正月休み)에도 나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도교사의 고민 ‘보상은 제로, 책임은 막강’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부카츠는 교육과정 외이며 학생들의 자발적·자주적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교사를 맡아도 잔업수당이 ‘제로’다. 교육과정 외이기 때문에 평일 초과근무를 인정하는 항목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토·일요일이나 법정 공휴일의 경우는 4시간 이상 근무에 3천 엔 조금 넘을 정도의 수당만 지급된다. 2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당을 받으면서 토·일요일에도 사생활을 버리고 본업인 수업도 아닌 것에 헌신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부담은 생소한 분야의 부카츠를 새로 마스터해야 하는 것이다. 전근 간 학교에서 낮선 부카츠의 지도교사를 맡게 된다면 미경 험자인 지도교사가 이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게 된다. 이런 경우 관련 자료나 책·비디오 등을 사비로 사서 공부해야 하며 다른 학교 교원에게 지도방법도 배워야 한다. 이래저래 교원의 부담과 피로는 더 커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교원의 부담감은 학부모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법령해석을 통해 부카츠가 학교의 업무가 아니라고 결정된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교사에 따라 지도교사를 맡는 것을 거부할 명분은 가질 수 있지만 수락한 교사에게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학교와 관계 없는 일을 개인이 좋아서 자원봉사로 한 셈이 되기 때문에 사고라도 나면 불리하게 된다. 교사가 과로사하거나 병이 들어도 개인 책임이기 때문에 공무상 재해로도 인정받지 못하게 되며 토·일요일이나 법정 공휴일의 수당도 중지된다. 교사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한 일에 공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사의 생활을 지키자' ... 부카츠 개선 요구 봇물

역사가 오래되고 이미 일본인의 일상 속에 녹아있는 부카츠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인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장시간의 연습, 혹사, 반복되는 사망사건, 지도교사에 의한 체벌이나 폭언, 동료학생끼리의 이지메, 휴일근무에 피폐해진 교사 등 어두운 면(블랙 부카츠)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의 생명과 교사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카츠의 개선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부카츠에 대한 학술적 연구와 제언을 하기 위해 일본부 카츠학회가 발족되었으며(2017.3.12)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문부과학성도 <학교의 일하는 방식 개혁에 관한 긴급대책(2017.12.26.)>에서 부카 츠의 운영과 체제정비, 활동시간에 대한 기준설정과 지도교사의 부담경감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분야의 연구가인 나가누마 유타카(長沼豊) 교수는 개선안으로 한 달에 3일(10일, 20일, 30일)을 학생과 교원이 부카츠를 쉴 것과 지도교사를 내부와 외부가 맡을 수 있게 해 지도교사의 부담을 덜어 줄 것, 그리고 교사의 피로감을 극대화시키는 평일 저녁 이후와 토·일요일, 법정 공휴일은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가 맡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부카츠는 학생이 좋아하는 부를 골라 들어가 동료와 선후배들과 어울리며 이런 저런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준비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지만 이러한 과정 자체가 장차 사회에 나가서도 남에게 의지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훈련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지도교사가 이런 과정을 조율하고 직접 준비까지 하는 등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원래의 목적도 훼손되고 교사 자신의 일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부카츠의 문제도 ‘너무 열심히 하려는’ 교사 스스로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너무 요구하는’ 학부모와 사회의 자성이 없다면 풀리기 어려운 과제로 남을 것이다.

정동섭 새교육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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