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뮤지컬] 뮤지컬씨, 학교는 처음이시죠?

2018.03.02 09:00:00

수업에 활용하는 교육뮤지컬 제작하기❶

“선생님을 만나 처음으로 뮤지컬을 하게 되었다.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게 부끄러웠지만 연습할수록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13년을 살면서 뮤지컬을 보기만 했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공연할 기회가 생겨서 정말 좋았다.”

- 통영 용남초등학교 6학년 차다은 학생 -


“우연히 뮤지컬단에 입단하고 연습하며 몇 번의 공연들을 마치고 나서 내 생각과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보다 나은 무대를 만들어가며 스스로 만족할 만한 공연을 펼쳤을 때는 정말 짜릿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한 나의 노력이 나를 한층 더 성장시 켜주었고,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 통영고등학교 3학년, 꿈틀꿈틀통영청소년뮤지컬단 2기 유세진 학생 -


“춤과 노래는 좋아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아이가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다. 뮤지컬 대본을 친구들과 의논해 만들고 노래와 춤을 연습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함께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고민하며 성장하는 아이 가 대견하다. 뮤지컬부 활동은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자존감 그리고 인성까지 기를 수 있는 좋 은 기회다.”

- 진부초등학교 최승혜 학생 학부모 이수진 -


뮤지컬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열정을 불어넣어 준 것일까? 뮤지컬이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한들, 과연 교육현장에 적용 가능한 것일 까? 만약 가능하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할까?


교육뮤지컬! 넌 누구냐?

교육현장에서 교육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뮤지컬 교육을 ‘교육뮤지컬’이라고 정의할 때에 다음과 같은 전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 교육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은 공연에 참여하는 주체에 따라 크게 다르고, 그 방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매해 만나는 학생들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공연을 만들어야 하고, 답이라고 믿었던 방법이 허물어지는 경험을 매년 겪는다. 따라서 공연을 만드는 순서와 방법 등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은 교육뮤지컬에서 큰 의미가 없다. 예시를 제시할 때에도 또 다른 다양한 방법과 과정이 있음을 전제한다.


둘째, ‘현직 교사가 공연 제작 방법이나 과정 등 전문 분야에 대해 논하는 것은 전문 성이 떨어지지 않는가?’ 하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필자는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초등교사이다. 다른 교사들에 비해 뮤지컬 만들기를 아무리 오랫동안 해왔다 하더라도 공연예술 전공자의 고유 영역은 침범할 수 없을 것 이다. 그것은 공연예술 전문가가 교육 영역에 대해 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보통의 뮤지컬 제작 과정과 방법에 대해 논하기보다는 교사가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교육뮤지컬을 해석하고 풀어내는가와 같이 주관적인 관점과 경험을 주로 소개하고 싶다.


똑같지 않은 너의 매력, 교육뮤지컬

교육뮤지컬 공연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교육뮤지컬을 바라보는 관점은 일반 뮤지컬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즉, 흥행뿐만 아니라 ‘과정과 결과가 교육적 인가’에 대한 깊은 고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한 희곡 창작의 과정,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상황을 모르면서 아이들의 공연을 쉽게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단위 공연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질 수 있을지언정 행해진 공연예술교육에 대한 평가는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짧은 공연만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루어진 수많은 상호작용과 환류 과정에 대한 고찰 역시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교육현장에서 탄생하는 교육뮤지컬 작품은 어느 것 하나 똑같은 작품이 없다. 뮤지컬은 제작자나 연출가 등 제작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역량이나 성향, 제작비 등에 따라 강점과 약점을 지니게 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뮤지컬도 마찬가지이다. 춤추기를 즐겨 하는 교사, 노래 지도에 재능이 있는 교사, 다른 건 몰라도 연기지도만큼은 자신있는 교사, 아이들과 함께 희곡을 쓰는 것이 즐거운 교사 등 저마다 능력과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매해 만나는 아이들이지만 누구 하나 같은 아이가 없다. 



준쌤의 교육뮤지컬 도전기!

교사가 학예회나 축제만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가 공연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학예회를 준비하고 공연을 하는 과정도 엄연히 교육과정의 일환이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아이들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매우 소중한 교육 자료이며 기회이다. 학예회나 축제에서 꼭 연극이나 뮤지컬을 할 필요는 없다. 그 저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즐기고 성장하며 행복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교육과정으로 실천하면 그만이다. 나아가 가시적인 결과로 공연까지 이어진다면 행사를 위한 준 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필자가 아이들과 함께 창작하고 공연했던 몇 개의 공연들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교육과정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지역의 콘텐츠를 활용하여 지역연합뮤지컬단 공연을 연출한 예 <꽃비 내리는 날>

최근 TV 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는 통영은 근 현대사에서 이상하리만치 많은 예술가가 탄생한 고장이기도 하다. 김춘수(시인)·박경리(소설가)·김상옥(시조시인)·유치환(시인)·유치진(극작가)·전혁림(화가)·윤이상(작곡가)·정윤주(작곡가) 그리고 운명에 이끌리듯 통영을 그리워한 이중섭(화가)과 백석(시인). 동시대에 통영을 살았던 그 들은 한국 현대문화예술의 토대를 세운 거장들이었다. 그리고 수군삼도통제영(조선 해군 총본부)을 근간으로 하는 통영 역사의 산물, 통영 팔검무와 통영 오광대(옛말에 남도에서 함부로 소리하지 말고 경상도에서 함부로 춤추지 말라는 말이 있다)까지 정 말 다양한 문화예술 자산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꽃비 내리는 날>은 수많은 통영의 이야기 중에서 독립운동자금을 몰래 지원하여 징역형을 산 두 기녀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였다. 이처럼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로 작품을 창작하면 독창성·희귀성을 확보하고, 지역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준다. 나아가 공연 준비 과정과 공연 콘텐츠 자체가 지역화 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뮤지컬단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희곡부터 작곡·무대 디자인·안무 창작 등의 모든 과정을 학생·교사·지역 예술가가 함께 창작한 창작뮤지 컬이었다. 특히 무대 대도구는 학교 발명교실의 각종 기기를 활용하여 직접 망치질 했고, 대부분의 옷은 교사들이 재봉틀로 직접 재봉질하여 만들었다. 학생은 배우반 35명 과 창작반 15명으로 총 50명, 운영진 교사와 스텝진은 20여 명 정도였다.


▶ 노래를 중심으로 아이들과 함께 희곡을 창작한 작은 규모의 뮤지컬 <엄마가 딸에게>

<엄마가 딸에게>는 5·6학년 연극부 동아리 15명의 아이와 함께 창작한 연극이다. 양희은과 악동뮤지션의 콜라보가 감동적인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이 있다. 1학기에 연극놀이를 하고 다양한 공연 영상을 감상하며 자유롭게 공연 소재를 끌어내었는데, 아이들이 유독 이 곡에 집중했 다. 그래서 아이들과 ‘엄마가 딸에게’라는 연극 대본을 함 께 쓰기 시작했다. 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함께 걸어 좋은길’을 아이들과 4성부 아카펠라 악보로 연습하던 중 ‘떡볶이 집 지나서~’라는 가사에 착안하여 ‘분식집 하는 엄마’ 캐릭터를 설정했다.


노래 가사에 맞게 안무와 연기를 구성하면서 인물의 성격이 구체화된 예이다. 학예 회 한 작품에 부여된 5분~7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맞추면서도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 해야 했다. 시간이 짧고, 빛 통제가 잘 안 되며, 조명이나 음향기기 활용에 제약이 따르 는 학교 공연에서 장과 장 사이에 암전을 최소화하고, 무선 핀마이크를 착용하지 않 은 나머지 코러스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고민했다.


▶ 라이센스 뮤지컬의 넘버를 활용하여 희곡을 창작한 뮤지컬 <교실 라이온킹>

경남교육뮤지컬페스티벌과 학교 학예회에 올린 작품이다. 라이센스 뮤지컬의 원곡이 가지는 힘을 최대화하 기 위해 넘버의 가사와 멜로디를 바꾸 지 않고, 그에 맞게 교실 상황으로 희 곡을 창작한 경우이다. 대신 아이들 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넘버는 MR에 코러스 부분을 미리 녹음하고, 주요 배역의 노래는 무선 핀마이크로 라이브 공연을 했다. 공연자는 소규모 학교 의 3·4학년군 43명이고 3학년 교사와 팀을 이뤄 협업했다. 이 작품은 공연 시간을 포 함하여 연간 84차시의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했다. 무대 소품은 종이박스를 재활용하 고 무대배경은 직접 그린 작품을 스캔하여 프로젝터로 출력했다. 의상은 학교 예산으로 동물 잠옷을 구입하여 마련하였고, 녹음과 음원 편집도 교사가 직접 했다.


▶ 라이센스 뮤지컬을 기본으로 한 갈라쇼 형태의 뮤지컬 <영어뮤지컬, 마틸다 갈라쇼>

<뮤지컬 마틸다>는 필자에게 뮤지컬에 대한 동기를 유발해 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마틸다를 보면 뮤지컬에 대한 열의가 활활 타올랐다. 아껴두고 있다가 올해 아이들과 함께 작품 을 해봤다. 이번에는 라이센스 뮤지컬의 유명 갈라쇼(2013. Tony award) 공연에 약간의 내용만 추가했다. 훼손 없이 마틸다의 감동을 최대한 살려보고 싶었다. 무선 핀마이크는 10대를 착용했지만, 원 음원의 개성이 강하여 아이들이 목소리가 묻힌 점이 참 아쉽다. 영상에는 표현되지 못했지만 후반부에 청소년 코 러스의 절반은 킥보드로 관객석을 크게 돌도록 연출했다. 트렌치블 교장에게 대항하는 마틸다 이야기를 학예회 무대에 어떻게 올릴까 고민했지만, 흔쾌히 공연을 허락받았다.


교육뮤지컬의 개념과 관점, 저자의 공연 사례를 함께 살펴봤다. 다음 시간에는 학교에서 교육뮤지컬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교육뮤지컬 교육과정 설계부터 공연 제작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바라건대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가 아닌 교사 자신과 아이들에게 더욱 집중하면 좋겠다. 뮤지컬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를 자세히 검토해서, 오직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작품을 만들기를 바란다.


또한 아이들의 공연을 관람할 때에는 교육적 가치를 가장 우선으로 두고 그 과정과 결과, 환류 과정까지를 모두 살펴보는 수고를 한 뒤에 도움의 말을 보태는 것이 좋겠다. 특히 사후 강평의 기회가 있다면 대본을 사전에 꼼꼼히 읽어 본 후에, 작품 선정 이유나 희곡 창작 계기를 연출가나 배우들에게 물어보길 권유한다. 더불어 아이들 면면의 특성 과 캐스팅 이유,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과 가장 희열을 느꼈던 때 등을 물어 본다면 놓치고 있던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를 놓치고 공연만을 본 후에 극장을 나왔다면 ‘당신은 그 공연을 절반도 즐기지 못했다’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호 계속>

김준성 경남 통영용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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