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웃는 희망 행복교육

2018.04.23 13:35:30

계절의 여왕 오월이다. 스승의 날·어린이날·어버이날이 들어있는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다. 오월의 향연 속에 겨우내 움츠렸던 삼라만상이 잠에서 깨어나 기지 개를 켜고 삶을 뽐내고 있다. 온 누리의 산천초목들이 잎과 꽃을 만발하고 신록을 더해 가는 봄날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행복과 희망이 충만한 참 좋은 계절이다. 교육의 전당인 각급 학교에서도 새 학년을 맞은 지 두 달이 지났다. 단위 학교에서는 새 구성원들이 소통과 배려로 알찬 학교 교육과정 기획·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즈음이다.


신규 교사를 맞은 교장의 초임교사 시절 자화상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 올해 3월 1일 자 신규 발령으로 P 교사가 부임했다. 올해 2 월에 교대를 갓 졸업한 만 23세의 새내기 교사다. 청년 백수시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고향 인근인 본교에 초임 발령을 받은 자·타칭 효자 교사이다. 현역 장교의 아들로 절 도가 몸에 밴 바른 생활 태도도 믿음직스럽다.


P 교사의 부임으로 새 학년도 초부터 학교에 활기가 넘친다. 학생·동료들과의 소통도 활발하다. 교직원 중 막내로 동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사제동행·동고동락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학부모들의 기대도 매우 크다. 더러는 경륜보다 패기가 앞서 염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매사 열성적으로 임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35년 전 필자의 초임학교 교사 시절이 파노라마가 돼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친다. 한국의 알프스라고 일컫는 충남 청양의 어느 시골 학교에서 시작된 교직생활 첫 여정은 좌충우돌, 천방지축이었다. 당시 교직 부적응과 전직 욕구 때문에 매사 무기력했다. 관리자·교직 선배들에게 걱정도 많이 끼쳐드렸다. 아스라한 추억이지만, 초임학교 때의 부적응과 가슴앓이가 교직생활과 교직성장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음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새 학년도 첫날 학교 오리엔테이션 시간, P 교사에게 필자의 지나온 길을 이야기해 주고 반면교사로 삼아 ‘사랑과 열정’을 당부했다. 첫 단추, 첫 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하였다. 사랑과 열정이 없는 교육은 곧 생명 없는 교육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스팔트요 꽃길이었다면, 앞으로의 교단 길은 굽은 자갈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교직 일 년차 2학년 담임교사로서 통합 교과·창의적체험활동·생활 및 학폭예방지도·방과후학교 지도 등 애로 속에서도 잘 극복·적응하여 안착할 것으로 믿고 있다.


자세히 보면 예쁜 꽃, 그리고 흔들리며 피는 꽃

필자는 현재 3년째 매일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여덟시 반까지 교문에서 ‘학생 등교 맞이’ 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 인성교육에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다. 도보·부모 차량·학교 버스 등으로 등교하는 학생들과 아침 인사를 하며 등교를 맞고 있다. 세 살짜리 병설 유치원 원아부터 열두 살짜리 6학년 학생까지 해맑은 미소를 주고받으며 활기찬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가 궂거나 원거리 통근 등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티 없이 맑은 학생들과 살가운 인사로 희망찬 하루를 시작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학생들과 학 부모들이 건네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등의 인사에 피로가 사 라지고 에너지가 샘솟는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인 요즘,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신입생·졸업생이 한 명도 없어서 입학식·졸업식을 거행하지 못하는 학교가 매년 각각 약 150여 개 교(校)라는 보도를 접하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정말로 자세히 보면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운 꿈나무요 배움동이들이다. 진정한 사제동행(師弟同行), 줄탁동시(啐啄同時)를 희구(希求)한다. 선생님들과 배움동이들이 어울려 행복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교실, 학부모와 관리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지원해 주는 희망 학교를 그려본다. 학생·교직원·학부모·동문·지역인사 등이 ‘신뢰’와 ‘행복’이라는 의자에 앉아 함께 연주하는 ‘교육 오케스트라’ 화음을 기대한다. 흔들리는 꽃이지만 튼실한 열매를 맺는 진정한 학교와 교육의 모습을 소망한다.


교사의 교권보호, 학교장 자율경영첵임제 보장

약 한 달 전쯤, 평소 사제동행하며 아끼는 제자인 O 교사가 찾아왔다. 역경을 딛고 사대를 나와 고교에 재직 중인 애제자다.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교직을 수행하던 O 교사가 명예퇴직을 고려한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최근 초법적 교권침해에 대한 호소를 했다. “절대로 마음 약한 생각하지 말라”고 타일러 돌려보냈지만 지금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최근 학교와 교육이 흔들리고 교원들이 방황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교육의 난제인 교권보호·교원성과상여금·교장공모제 등 제도 갈등·학교장 자율 경영권 보장 등이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 학생들의 인권·학습권 보장에 견주어 교원, 특히 교사들의 교권이 보호돼야 한다. 학교에 만연한 기업 경제형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도 재고돼야 한다.


한편 학교 교육과정과 학교경영에 대한 단위학교와 학교장의 자율권 보장이 화두다. 분권형 교육자치와 학교 교육과정, 학교회계 등은 학교의 자율성, 학교장의 자율권을 기반으로 한다. 즉, 주어진 법령의 범주(boundary) 내에서 단위학교와 학교장이 특성화된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 경영을 하도록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점검·감사·지시 등의 경직된 교육행정에서 자율·창의·지원 등으로 교육행정의 틀이 변해야 한다. 특히 학교장에게 자율과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지도록 하는 본연의 학교장경영책임제가 확립돼야 한다.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일선 학교장들의 호소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육 당국은 만기친람(萬機親覽)하지 말고 단위 학교장의 자율권을 보장해 ‘맞춤식 경영’을 하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좋은 교육, 훌륭한 선생님을 위한 기도와 희망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교육의 희망을 본다. 늘 어둡고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사도를 실천하는 상록수 무명교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창의적이고 융·복합적 핵심 역량을 지닌 인간 육성, 행복교육 구현 등 한국 교육의 비전을 성찰·고뇌한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이 사랑과 열정, 희생과 봉사 그리고 헌신을 바탕으로 꿋꿋하게 나아가기를 기도한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임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진리다. 대한민국이 난세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 서고 교원들이 희망을 품어야 한다. 교원들이 행복하지 않은 교육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기초·기본이 바로 선 본질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행복교육이 구현돼야 한다. 온 국민들이 교원들을 보듬어주고 격려해야 한다. 그 길이 행복교육 실현, 교육선진국 진입의 첩경이다. 이 시대 최고의 교육은 교원들과 학생들이 함께 행복한 교육이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웃는 교육이 좋은 교육이다.

박은종 충남 광석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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