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밤에 시작한 MBC월화드라마 ‘검법남녀’는 여검사가 주인공이다. 지난 주 목요일 밤에 종영한 SBS드라마스페셜 ‘스위치-세상을 바꿔라’(이하 ‘스위치’)도 여검사가 주인공이다. 실제로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의 폭로나 검찰총장의 수사 외압설을 제기한 안미현 검사 등이 영향을 미쳤는지 여검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부쩍 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드라마에 여검사 또는 검사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4월 25일 밤에 방송을 시작한 KBS수목드라마 ‘슈츠’나 3월 종영한 SBS ‘리턴’은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지난 1월 막을 내린 SBS ‘이판, 사판’은 판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였다. 그 외 많은 드라마들이 법조인을 주⋅조연의 등장인물로 내세우고 있다.
사실 판⋅검사나 변호사는 살아가면서 죄를 짓지 않는 대부분 사람들이 만날 일 없는 직업군이다. 그런데도 많은 드라마들이 그들을 주⋅조연 인물로 등장시키곤 한다. 일반적이거나 보편적인 일상 세계가 아닌데도 드라마들은 왜 툭하면 판⋅검사나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일까. 그중에서도 특히 여검사를 내세우는 이유는 뭘까.
분명한 것은 그 어려운 사법고시를 패스해 이른바 사(士) 자 돌림의 ‘존귀’한 존재로 대접받던 인식의 그들이 이젠 아니란 점이다. 이제 법조인들은 그만큼 그냥 평범한 장삼이삼의 직업군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생각해도 과히 틀린 지적은 아닌 듯하다. 여검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이 속출하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물론 SBS드라마스페셜 ‘스위치’의 여검사 오하라(한예리)가 원톱 주인공은 아니다. 그의 선배 백준수(장근석) 검사와 사기꾼 사도찬(장근석) 사이를 연결하고, 조율도 하는 그런 주인공이다. ‘스위치’는 3월 28일 첫방 7.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 2회에서 7.9%로 오르는가 싶더니 그게 최고 시청률이 되고 말았다.
‘스위치’는 32회(옛 16부작) 방송 내내 6~7%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크게 인기를 끈 드라마는 아닌 셈이다. ‘스위치’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설정일망정 재미진 드라마다. 사기꾼과 검사가 쌍둥이처럼 같은 사람이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어서다. 설마 현실에서 그런 일이 실제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설정이 기발하고 참신해 보이긴 한다.
무엇보다도 오하라와 사도찬 내지 백준수의 러브라인을 절제한 이야기 전개가 더 볼만하다. 결국 사기꾼 미화가 된 셈이어서 좀 그렇지만, 정의로운 검찰 구현은 나름 시사성이 있어 보인다. “검찰이 문제라니까”를 입에 달고 사는 사기꾼 사도찬의 적극적 활동으로 거둔 성과라 더욱 그렇다.
진경준이나 안태근 전 검사장 등 검찰 고위층 비리가 불거진 사회현실 때문인지 나쁜 검사장들이 드라마에서 부각되는 것도 눈에 띈다. 가령 악인 금태웅(정웅인)과 연계된 정도영(최재원)과 후임자 진경희(배민희) 검사장이 그렇다. 덕분에 양지승(박원상) 같은 부장검사(차장검사로 승진)를 보는 기분이 뿌듯하고 흐뭇해진다.
한 가지 의문도 있다. 전체적으로 황당한 이야기지만, 최정필(이정길) 같은 캐릭터가 또 등장한 점이다. 사위인 금태웅에게 내처지긴 하지만, 남산클럽을 주도하며 킹메이커를 자임한 최정필은 이미 ‘의문의 일승’에서 본, “이 나라를 다시 손에 쥐어야 대한민국이 살 것 아닌가”라 외치는 전직 대통령 이광호류의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하긴 ‘민족정의당 원내총무’ 운운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아무리 창작임을 밝혔다곤 하나 2003년 이후 사라져버린 ‘원내총무’라니, 어느 때 이야기인지 좀 맥이 풀려서다. 금태웅이 김실장(송원석)만 부리며 온갖 범죄를 저지른 것이나 현금인 줄 알고 압수수색한 상자에 배추가 담긴 걸 보고 떠들어 보지도 않는 허술한 수사는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