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20일 “정당 당원이 서울 지역 학교의 학교운영위원을 할 수 있도록 한”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서울시의회는 6월 29일 본회의에서 조례 개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지난 해 7월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 24명이 발의했다가 교육계 반대에 부딪혀 1년 가까이 계류됐었다.
그런데 6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서울시의회 교육위가 마지막 회의에서 이 안건을 기습 상정해 통과시켰고,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학운위원) 후보 자격에 정당인 배제 규정 같은 제한이 없는 다른 시⋅도와 맞추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그게 답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시⋅도에서 시행하는 정당인 허용의 잘못된 조례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실제로 기초의원이 되려면 학운위원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는 실정이다. 우선 유권자인 지역주민, 즉 학부형들을 자연스럽게 만나 사전 접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자연 그것은 인맥으로 쌓이게 된다. 결국 그것이 선거 표심의 향방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립이어야 할 교육기관이 정치의 도구로 전락하는 꼴인 셈이다.
학운위원은 선출직이다. 모든 선출직들이 그렇듯 학운위원 역시 뽑아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일 뿐 권력이 아니다. 그런데도 권력으로 생각하는 학운위원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교장공모제의 경우 학운위원들 권한은 막강하다. 공모제 교장이 되고 안되고는 전적으로 학운위원 손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학운위원 등 지역사회가 소속 학교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뽑아 ‘쓰라는’ 것이 교장공모제의 원래 취지이긴 하다. 그렇기에 대다수 학운위원들이 특정 정당에 속해 있다면 누가 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된다. 가령 학운위원들은 교장공모 지원자가 3명 있다면 그들을 모두 만나야 한다. 소견도 들어보고 인물 됨됨이도 살펴 과연 누가 적임자일지 자녀에게 한 점 부끄럼 없는 선택을 해야 맞는 일이다.
하지만 필자가 겪은 바로는 일부 학운위원들이 후보자를 아예 만나려 하지도 않았다. 그뿐이 아니다. 심지어 짜증내고, 화를 내기까지 하는 학운위원도 있었다. 그것은 교장을 뽑는 막강한 권한에 견줘볼 때 직무유기나 다름없는 행태이지만, 누군가 이미 밀어줄 후보자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학운위원이 정당인이 되어선 안 되는 이유이다.
참 어이없게도 필자는 10여 년 전 지원한 교장공모에서 학운위원의 금품 요구를 받고 경악한 일이 있다. 만약 그런 그들이 특정 정당에 속해 있다면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검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혈연이나 지연, 학맥 같은 연고주의가 독판치는, 무릇 선거판에서의 고질병이 만연해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도 따라 붙는다.
그러나 직접 체험했던 학운위원에 대한 악몽이 떠올라서 정당인 허용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학운위원이 하는 일은 의외로 많다. 교장공모제 유치 및 심사를 비롯, 학교 교육 전반에 관한 심의가 그것이다. 단적으로 그들에게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정치적 중립의 교육처럼 학운위원의 정당인 허용을 반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