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16강 탈락을 보며

2018.07.09 09:20:38

4년 전 이맘때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을 보며’라는 칼럼을 썼다. 다시 ‘러시아 월드컵 16강 탈락을 보며’라는 글을 쓰게돼 유감스럽다.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자 피파 랭킹 1위의 세계 최강 독일을 2대 0으로 이겨 그들을 80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키는 러시아 월드컵 최대 이변을 연출한 대한민국이 되었어도 그렇다. 

  

한국은 스웨덴전⋅멕시코전 2패후 조별리그 3차전 독일전에서 1승을 거뒀다. 같은 조 스웨덴⋅멕시코에 이어 3위를 기록,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에 비하면 분명 나아진 한국 축구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자타 공인 세계 최강 독일을 이긴 아시아 최초의 국가가 되었으니 4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 해야 할까.


그렇다고 2패의 졸전이 모두 면죄되는 건 아니다. 스코어를 살펴보면 무리한 태클로 패널티킥만 내주지 않았어도 비길 수 있는 경기였음이 드러난다. 물론 엿장수 마음대로인 VAR(비디오판독시스템)이 하나의 변명이 될 수 있다. 가령 멕시코전에서 기성용이 상대방 선수 발에 걸려 넘어졌는데 파울이 선언되지 않았다. 그것은 멕시코의 골로 이어졌다.


득점⋅패널티킥⋅퇴장⋅징계 등 4가지 경우에만 적용되는 VAR이 맞나 할 정도의 어이없는 주심의 판단이라 할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FIFA의 VAR 프로토콜(적용규칙)에도 파울 후 역습 전개 과정에서 상대 선수에게 한 번 차단됐다가 다시 빼앗아 골로 연결했다면 다를 수 있지만, 연속 전개된 플레이 끝에 골이 됐다면 거슬러 올라가 파울 상황을 (골의 시작으로) 판단해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친김에 하는 말이지만,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VAR은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전적으로 주심 판단의 몫이라는게 가장 큰 문제다. 가령 포르투갈 모로코전(6월 20일 오후 9시)에서 공이 포르투갈 선수 팔에 맞았는데, 그냥 지나쳐 1대 0 승리가 결정된 경우다. 그에 비해 한국 스웨덴전에서는 김민우 태클장면이 VAR에 의해 스웨덴의 패널티킥으로 이어졌다.


요컨대 VAR를 가동해야 할 장면인데도 주심에 따라 하고 하지 않는 엿장수 마음의 비디오판독시스템인 것이다. 만약 VAR이 가동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쉬움 내지 불만을 남기는 제도여선 안된다. 과도한 요구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긴 하지만, 공정성 시비를 없애려면 해당 국가나 선수들 요청으로 VAR을 원없이 작동하는게 맞다.


우리로선 독일전에서 VAR이 작동돼 김영권 골로 판단되었으니 퉁친 셈인가? 그럴망정 왜 1, 2차전에선 독일과의 경기처럼 하지 못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태용 감독의 용인술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넘버 3 조현우 골키퍼가 세계적 스타가 되었지만, 전반적으로 베스트 11명 선발 출전이 온당했는지도 되짚어볼 문제다.


가장 아쉬운 건 1차전에서의 손흥민 활용이다. 공격을 주도해야 할 손흥민이 수비 부담을 안게된 것이다. 이 말은 수비에 치중한 나머지 유효 슈팅 하나 날리지 못한 경기와 연결된다. 손흥민이 2, 3차전에서 골을 넣은 결과와도 무관치 않다. 스웨덴전을 위해 선발한 것으로 알려진 문선민을 투입하지 않은 용인술도 이해 안 되는 대목이다. 


그보다 더 아쉬운 건 1, 2차전에서 짧은 시간을 남겨둔 상태에서의 이승우 사용이다. 프랑스가 4강에 안착한 것은 만 19세 음바페 덕분이라 해도 틀린 평가가 아니다. 그보다 한 살 많지만, 젊은 피 이승우를 본선에 데리고 갔으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험 내지 승부수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어서다. 2차전에선 김민우 대신 홍철을 투입하는 변화도 줬어야 한다.


그렇다고 감독 경질은 합리적 선택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만약 비싼 연봉으로 외국 감독이 부임하면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한다. 히딩크 빼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외국 감독도 없다. 대신 신감독은 이미 실패의 경험을 쌓았다. 경험처럼 좋은 자산이 없다. 독일은 조별리그 탈락한 요아힘 뢰브 감독을 유임시켰다. 독일을 80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킨 신감독이 경질된다면 그 또한 코미디 아닐까.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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