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이 자연스럽게 불러낸 '공작'

2018.09.27 09:17:27

문재인 대통령이 수행원 200여 명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 등 북한을 다녀왔다. ‘평양공동선언’에 이어 여러 행사를 가졌다. 가령 15만 평양시민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김정은 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은 채 사진을 찍기도 했다. ‘판문점 선언’때와 또 다른 사상 최초의 역사적 사건들이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대통령의 북한 나들이라 할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남북한 정상의 그런 모습들은 자연스럽게 영화 한 편을 떠오르게 한다. 바로 8월 8일 개봉한 ‘공작’이다. ‘공작’은 박근혜정권 시절 기획되고 제작이 시작된 영화다. 소위 블랙리스트가 엄존했던 시절, 개성공단 폐쇄 등 단절이라 할 만큼 북한과의 관계가 혹독했던 시기였다. 실제 갑작스런 사드 배치로 중국 촬영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영화 내용이나 주제가 다소 머쓱해질 수 있는 국면이 되어버렸지만, ‘공작’은 2018 여름 영화대전에서 관객 수 3위를 차지한 영화다. 9월 26일 현재 각각 1226만 명의 ‘신과 함께-인과 연’, 658만 명 남짓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이은 3위로 497만 418명이 극장을 찾았다. 지금도 상영하는 극장이 있어 최종 집계는 아니지만, 500만 고지는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작’은 2011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흥행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윤종빈 감독이 2015년 ‘군도: 민란의 시대’ 이후 3년 만에 연출한 영화다. 일반 개봉에 앞서 지난 5월 개최된 제71회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처음 상영되었다. 2005년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지 13년 만에 레드카펫을 밟은 것이다.

 

덕분에 황정민(박석영, 일명 흑금성 역)ㆍ이성민(이명운 역)ㆍ주지훈(정무택 역) 등 배우들도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경쟁부문이라 수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칸국제영화제 초청ㆍ상영만으로도 흥행 특수를 누린 영화들이 꽤 있다. ‘표적’(2014)과 ‘곡성’ㆍ‘부산행’(2016)등이 그렇다. 특히 ‘부산행’은 천만영화가 되기도 했다.

 

해외판매도 칸국제영화제 상영 특수의 하나다. ‘공작’은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상영과 함께 북미,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해 싱가포르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프랑스ㆍ폴란드ㆍ영국ㆍ스페인 등 아시아와 유럽권 국가까지 총 111개 국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해외 판매로 당초 600만 명에 육박하는 손익분기점을 470만 명까지 낮출 수 있었다.

 

‘공작’은 암호명 흑금성으로 활동했던 안전기획부 북파 공작원 실화가 바탕이 된 영화다. 총제작비 190억 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대작다운 액션 장면은 없어도 실감나는 김정일(기주봉)이나 평양 거리 등 북한 모습을 담아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다만, 할리우드 특수분장 팀에 맡기는 등 노고에도 불구하고 실물과 덜 닮아보인 김정일 모습이 아쉽다.

 

흑금성 임무가 영변 원자로 핵시설 관찰인데, 용두사미로 끝난 아쉬움도 있다. 위장 수단인 남북합작 광고사업인데, 오히려 그게 더 강조되고 있어서다. 분명한 것은 여당에서 김대중 후보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했다는 점이다. 가령 “판문점에서 움직이고 잠수정 들어오고… 이게 좀 식상하거든요. 내성이 생겼다 할까”라는 여당 의원 대사는 정곡을 찌른다.

 

놀랍고도 의아스러운 것은 시대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란 사실이다. 이른바 3당 합당으오 군사독재와 맞서 싸우던 야당 지도자 이미지를 탈색시킨 김영삼 대통령이지만, 도발 대가로 4백만 달러 제공 같은 짓을 했는지 싶어서다. 그러고보면 ‘공작’은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개봉도 못할 뻔한 영화임이 분명하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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