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의아한 추석특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8.09.28 08:55:57

이번 추석 명절에도 많은 영화들이 TV로 방송되었다. 지상파 방송만 살펴봐도 KBS 5, MBC 3, SBS 6, EBS 8편 등이다. 거기에 지역방송인 OBS까지 더하면 거의 30편에 이른다. 천만영화에서부터 극장 개봉 6개월밖에 안된 신작까지 영화 종류도 다양하다. 시청자 입장에선 거의 공짜인 추석특선 영화를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한 차림표라 할 수 있다.

 

먼저 두 개 채널의 KBS보다 SBS가 더 많은 영화를 편성해 눈길을 끈다. SBS가 나름 공을 들인 반면 MBC는 3편뿐이라 좀 빈약해 보인다. 방송사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나마 좀 의아한 편성이란 생각이 든다. 추석 명절 분위기와 다소 동떨어진 영화 한 편이 유독 눈에 띄어서다. 청불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이하 ‘불한당’)이다.

 

같은 시간대 역시 청불영화인 ‘범죄도시’를 tvN에서 방송했지만,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이란 점에서 다르다. 관객 동원 면에서도 93만 명의 ‘불한당’은 687만 명이 극장을 찾은 ‘범죄도시’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이래저래 ‘불한당’ 방송이 미스터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불한당’은 과연 어떤 영화인가?

 

“7분간의 기립 박수가 터졌다. 2300여 석의 객석은 모두 매진됐고, 영화 상영 내내 환호와 탄성의 소리가 흘러나오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설경구⋅임시완⋅전혜진⋅김희원 등 4명의 배우들은 서로를 감싸며 축제의 시간을 즐겼다.” 스포츠서울 남혜연 기자의 ‘칸리포트’(2017.5.26.)중 한 대목이다.

 

‘불한당’은 2017년 5월 17일 개막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악녀’와 함께 초청되어 관심을 끌었다.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은 호러⋅액션⋅스릴러⋅판타지 등의 장르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들이 상영되는 비경쟁부문이다. 2016년 초청⋅상영된 ‘부산행’은 천만영화로 등극하기까지 했다.

 

참고로 ‘불한당’외에도 ‘달콤한 인생’(2005)⋅‘추격자’(2008)‘⋅표적’(2014)⋅‘오피스’(2015)⋅‘곡성’(2016)⋅‘공작’(2018) 등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된 바 있다. ‘불한당’에 대한 관심은,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17년 5월 17일 일반 개봉한 ‘불한당’이 손익분기점(230만 명)은커녕 100만 명도 동원하지 못한 채 나가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청불영화라지만 대체적으로 잘 나갔던 범죄오락 영화치곤 너무 초라한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이란 약발이 거의 먹히지 않은 셈이라 할까. 그런데도 일명 ‘불한당원’으로 불리는 매니아들이 ‘불한당’을 향해 절대적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모든 것을 파고들며 SNS에 함께 모여 각종 소통을 이어간 역대급 팬덤현상이 그것이다.

 

‘불한당’은 마약조직의 2인자 재호(설경구)와 그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위장 입소한 형사 현수(임시완)의 남남케미를 그린 영화이다. ‘불한당’보다 두 달 먼저 개봉한 ‘프리즌’ 등 기시감이 물씬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교도소내 죄수들의 권력지형_ 쌈질 장면, 재호의 군림이나 현수가 그와 가까워지는 사건 등이 그렇다.

 

그냥 한 액션하는 걸로 그쳤더라면 오히려 더 나을 뻔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3년 전, 출소 13일째, 출소 32일째, 3년 4개월 전, 출소 127일째 등 난삽하거나 산만한 편집의 화면 구성이다.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교차 편집한 플래시백 구성도 꽤 참신하다”(한겨레, 2017.5.9.)고 하니 어리둥절해진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오가며 현란한 편집 호흡과 색다른 카메라워크를 보여준다”(서울신문, 2017.5.12.)니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때리고 맞는 범죄오락 액션영화가 도대체 왜 그런 활극을 벌이는지 얼른 이해할 수 없다면 볼장 다 본 셈, 끝장 아닌가.

 

처음부터 보는데도 마치 중간에 보기 시작한 것 같은 얼떨떨함은 홍일점 천팀장(전혜진) 캐릭터에서도 다가온다. 가령 “좀 됐지, 안 선지?”라든가 “무릎 안 꿇고 뭐해, 시발놈들아” 따위 육담이나 막말이 왜 필요한지 의아하다. 여성 캐릭터로서 연약한 고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려한 ‘깡다구’ 과시인지 묻고 싶다.

 

깡패와 형사가 갖는 우정 이상(감독 말에 따르면 사실 멜로영화에 가깝다.)의 애증에서 보여주려 한 것이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사내 마음을 얻고자 그 모친을 죽이고, 그걸 알게된 현수가 재호를 죽이는, 다소 상상이 안 되는 이야기 조합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그런 영화를 굳이 추석 명절에 특선으로 방송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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