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새로 쓴 천만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2'

2018.10.10 10:12:07

이미 ‘신과 함께-인과 연’(‘신과 함께2’)을 만나 보았다. 영화 내용보다 주로 천만영화로서의 의미에 대한 그 글에서 “과연 ‘신과 함께2’는 ‘신과 함께1’은 물론 개봉 12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 최다 관객 1위인 ‘명량’(1761만 5314명)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전망은, 그러나 그리 밝지 않다.”(한교닷컴, 2018.8.22.)고 했는데, 실제 그렇게 되었다.

 

8월 1일 개봉한 ‘신과 함께2’의 관객 수는 10월 9일 현재 1227만 489명이다. 1441만 명을 웃도는 ‘신과 함께1’은커녕 1232만 명 남짓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따라잡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것도 대단한 일이다. 특히 시리즈 1, 2편이 쌍천만 영화가 된 것은 한국영화사상 초유의 일이라 그 대단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우선 ‘신과 함께2’는 1편의 차태현이 빠지고 마동석(성주신 역)이 새로 합류했다. 시나리오상 자연스럽게 빠진 차태현과 다르게 판관중 1명인 오달수는 성추문사건으로 ‘짤린’ 경우다. 이른바 미투운동이 거세던 사회 분위기를 감안, 제작사가 발빠르게 대처한 조한철로의 교체였다. 이미 찍은 장면들을 조한철 연기로 다시 촬영했지만, 오달수만의 아우라가 느껴지진 않는다.

 

‘신과 함께2’는 망자가 저승 삼차사의 인도와 보호 아래 7개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 1편 내용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다. 1편에서 귀인(억울한 죽음을 당해 천수를 누리지 못한 망자)이 된 수홍(김동욱)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한편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ㆍ해원맥(주지훈)ㆍ덕춘(김향기)의 천년 전 악연이 성주신에 의해 드러난다.

 

천륜ㆍ나태ㆍ거짓ㆍ배신ㆍ불의ㆍ폭력ㆍ살인 등 7개 지옥이 나오지만, 1편의 ‘초군문’ㆍ‘화탕영도’ㆍ‘천고사막’ 들과 다르게 평범해 보인다. 수홍에 대한 본격적인 재판도 ‘불의지옥’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미 1편에서 본 때문인지 CG로 그려낸 지옥도 역시 ‘살인지옥’ 배경인 용암 끓어 오르는 형벌장 정도만 그럴 듯하게 다가온다.

 

한편 천년 전 전쟁고아였던 덕춘을 구해준 고려 무사 해원맥(일명 하얀 삯)은 강림에게 죽임을 당한다. 강림은 덕춘에게 죽지만, 그녀를 칼로 벤 다음이다. 그보다 앞서 덕춘은 해원맥에게 부모를 잃는다. 게다가 강림은 전장(戰場)에서 죽어가는 아버지 강문직(김명곤, 미투운동으로 오달수와 함께 물러난 최일화 대신 맡았다.)을 그냥 둔 채 떠나온 패륜아다.

 

어이없게도 의붓 동생을 편애하는 아버지가 밉고 자신의 모든 지위를 잃을까봐 저지른 짓이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이고, 살부(殺父)의 끔찍하면서도 복잡한 그들의 전생이다. 새로운 스토리 라인을 구축한 셈이지만, 왜 저승 삼차사의 옛날 이야기여야 했는지는 다소 아리송하다. 설마 그것이 천만 관객을 극장으로 모이게 했을 것 같지 않아서다.

 

“남을 배신한다는게 그리 쉬운 것도 아니고”, “모든 죽음은 불가피하고 억울함이 없는 것”이어야 하고, “나쁜 인간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을 뿐”이라는 주제의식 내지 메시지는 뚜렷하지만, 사실 ‘신과 함께2’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영화는 아니다. 귀인 수홍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낼망정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시원통쾌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라 별 생각없이 CG로 구현된 지옥세계를 보면 되는 영화지만, 아쉬움도 있다. 가령 ‘거란과의 전쟁영웅’이란 강림 아버지 소개 멘트가 있는데, 이후엔 계속 여진족이라 나온다. 거란족과 여진족이 엄연히 다른 부족임을 감안할 때 그렇다. 마치 ‘우리도 이 정도로 CG 할 수 있거든’을 과시하려는 듯 느닷없이 펼쳐지는 ‘쥬라기 월드’ 같은 한 장면도 그렇다.

 

그나마 공룡 뱃속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식이니 판타지라 그런가? 염라대왕(이정재)이 강문직에게 “나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과 새로운 귀인 도착 등 후속편을 예고하고 있는 듯하지만, 어떤 새로운 내용으로 돌아올지 걱정이 앞선다. 설사 돌아올지라도 2편처럼 141분이란 긴 상영시간이 아니었으면 한다. 일견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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