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을에서 책읽기-안도현의 '연어'

2018.10.11 11:10:43

공기에서 가을 냄새가 납니다. 아침 안개 무성한 강가의 희뿌연 물내음 속에서 말갛게 피어나는 은목서 꽃향기 사이에서 무어라 콕 집어낼 수 없는 계절의 체취가 느껴집니다. 집근처 산에는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우수수 떨어진 도토리와 꺾어져 내린 소나무 잔가지 수북한 곳에도 그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온몸으로 온 감각으로 새 계절을 맞이합니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안도현 시인이 쓴 소설 『연어』를 아침독서 메티와 함께 읽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교사 한 명에 서너 명의 독서 멘티를 묶어서 사제동행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1학년 학생들과 의논하여 처음 읽은 책이 『연어』입니다. 다 읽고 난 뒤 감상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손서영: 내가 만일 연어들의 지도자라면 무리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더 좋은 길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빛 연어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멋진 지도자이고 책임감 있는 것 같다.

 

송서진: 첫 문장이 참 인상적이었다. 뭔가 글 전체를 더 잘 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재훈: 읽고 나서 힘들 때면 굳센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가는 은빛연어를 생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자기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단다.”

“왜”

“물고기들의 두 눈은 머리 앞쪽에 나란히 붙어 있거든.”

 

누나는, 연어들이 자신의 모습을 다른 연어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다른 연들의 입은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인 셈이다./p19

 

바다는 착한 짐승처럼 순해져서 건드리기만 해도 시원한 웃음소리를 낼 것 같다./p27

 

그리움, 이라고 일컫기에 너무나 크고, 기다림, 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넓은 이 보고 싶음. 삶이란 게 견딜 수 없는 것이면서 또한 견뎌내야 하는 거래지만. 이 끝없는 보고 싶음 앞에서는 삶도 무엇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p39

 

 

책 속의 아름다운 구절을 함께 읽으며 은빛연어처럼 눈 맑고 빛나는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니 참 좋습니다. 우리들 앞에 가을 햇살 한 줌이 내려앉습니다.

 

아,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그리운 벗에게 편지를 써야할 것 같습니다. 예쁜 문장에 무학산 기슭에서 주운 낙엽 한 장을 붙여서 보내야겠습니다. 모두모두 편지 한 장 써 보는 아름다운 가을되십시오.

『연어』, 안도현 지음, 문학동네, 2006

이선애 수필가, 경남 지정중 교사 sosod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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