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통일리더캠프 북중국경에서 통일을 꿈꾸다 <6편>

2018.10.15 09:04:57

들리느냐? 내 목소리가.

홀로그램처럼 살아나는 지난 밤 압록강의 모습을 뒤로 마지막 일정을 시작한다. 단둥에서 여순감옥까지 많은 애국지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네 시간 반의 길은 착잡한 마음이다. 바다를 보며 여순시에 접근한다. 항구 주변에는 많은 군함과 조선소 등 철을 다루는 군사 시설이 산재해 있다.

 

팔월 한낮 여순시의 열기와 습기는 매미소리 마저 지치게 한다. 여순감옥! 빙 둘러쳐진 붉은 벽돌담 속에 숨져간 애끓는 원혼을 어찌 달랠 수 있을까? 씻김굿이라도 한다면 응어리가 내려갈까? 벌겋게 단 무쇠를 잡는 느낌이다. 여순감옥은 청나라에 속했지만 삼국간섭으로 러시아가 조차하면서 협조하지 않는 중국인들을 가두기 위해 지은 것이다. 후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재건축 확장하여 수많은 항일독립투사를 투옥 고문 교수형을 한 곳이다. 대비되는 회색과 붉은색의 벽돌 경계면이 건축 시기가 다름을 말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 추념관으로 향한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의사의 흉상이 기개를 말해주고 있다. 좁은 공간에 130여 명의 일행이 고개를 숙인다. 땀이 비 오듯 하지만 그 누구도 짜증이나 힘듦을 표현함이 없다. 묵념하고 준비한 국화꽃 한 송이를 차례로 드린다. 가슴이 아프다. 저런 분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추모실 바로 옆엔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마지막으로 지어준 한복을 입은 의사의 순국지가 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유언을 되새기며 감옥의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좁은 감방, 눅눅한 습기, 빛 한줄기도 없는 암방,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왜 이렇게 잔악한 모습으로 돌변할까? 우리나라의 서대문형무소,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지, 중군 선양의 9.18 기념관에 전시된 인간의 잔학성은 지울 수 없다. 선과 악의 인간세계 그래도 인간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 것은 악을 배격하는 3%의 소금물에 해당하는 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쉬움이 이슬로 떨어진 교수형 장소를 본다. 한 번에 3명을 교수형 시킬 수 있는 곳으로 바로 옆에는 결박된 채 용수를 쓰고 순서를 기다리는 좁은 공간이 있다. 그 장소에 서 있는 사형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왜 신이 아닌 인간이 생사여탈을 관장할 수 있단 말인가? 용서란 말 자체를 지워버리고 싶다. 감옥을 한 바퀴 돌아 나오자 매미 소리는 악을 지른다. 저만치 감옥 부근 야산과 그 위에 지어진 아파트 어느 곳에 아직도 찾지 못하는 의사의 유해가 잠들어 있다. 후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함이 부끄럽다.

 

다시 길을 바꾸어 안중근 의사를 재판한 여순 일본 관동법원 구지로 향한다. 일본 군부는 의사의 의거 직후 재판관에게 ‘판결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 군부의 총칼’이라고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의사의 반박에 어떤 대꾸도 못 한 재판관들은 허수아비였다. 비록 재판이라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교수형을 단정하고 시작한 재판이기 때문이었다.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6번의 재판으로 사형을 언도 받은 곳, 만인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법의 신도 총칼 앞에서는 무력한 사건이었다.

 

그래 힘이다. 힘이 없는 민족은 당할 수밖에 없다. 12년간 독일의 홀로코스트의 참상으로 숨져간 575만이 넘는 유대인 희생을 보자. 그리고 가까이 일제강점기 관동대지진 때 유언비어를 만들어 조선과 중국인 삼백여 명을 학살한 참극,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 패배로 독립군 근거지 간도 지역에 살던 조선인을 3, 4개월에 걸쳐 수만 명을 죽였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이 이상 일본의 죄악을 말로 해서 무엇하리. 그러나 지금 그들은 반성의 마음으로 역사 앞에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제주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에 침략과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게양하려는 태도를 보라. 결단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민족의 아픔을. 그리고 힘을 가지자. 말없이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독립 애국 투사들을 기억하자. 남과 북이 역사를 바로 보고 힘을 모아 공존번영과 세계평화를 위해 다 같이 서야 할 시기이다.

장현재 경남 해양초 교사 qwe85a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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