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평온과 희망을 기원한 경기필 신년음악회

2019.01.16 09:42:35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름은 익숙하지만 수원시향보다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기도민이자 수원시민이지만 애향심은 수원에 꽂혀 있기 때문일까? 그런 나에게 경기필을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바로 신년음악회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귀한 선물은 수원군공항이전 시민협의회 장성근 회장으로부터 받았다.

 

협의회 단톡방을 통해 11일 저넉 8시 음악회 공연 티켓 두 장을 얻게 된 것. 교직에 있는 아내의 동의도 얻었으니 오붓한 음악회 관람의 기회가 되었다. 경기도문화의 전당 로비에서 30분 전에 만나기로 하였으나 일찍 저녁을 먹고 7시에 도착하였다. 아내는 비치된 예술 잡지를 읽으며 분위기를 잡는다. 나는 안내서(가격 1천원)를 사서 읽으며 사전에 음악공부를 한다. 음악 감상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다.

 

깜짝 놀랄 일은 베토벤의 위대한 교향곡 5번 ‘운명’과 6번 ‘전원’이 1808년 12월 22일 한 날 한 시에 초연된 것. 이 두 곡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5번은 인간 고뇌와 역경을 담고 있고 6번은 자연의 숨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곡을 작곡할 수 있다는 것은 베토벤의 초능력이다. 당시 6번에 이어 5번이 연주되었다고 한다. 오늘 음악회도 초연 때처럼 똑같은 순서로 연주한다. 내가 2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기대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유럽의 여느 신년음악회처럼 스트라우스 일가의 왈츠나 폴카, 행진곡을 기대했다. 또 우리 귀에 익은 세미클래식을 기대했다. 요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유행이다. 가벼운 음악이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음악을 기대했던 것이다. 교향곡도 좋지만 협주곡, 독주곡, 성악곡도 있다. 감미로운 영화음악도 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기대했던 것이다.

 

새해를 기념하는 신년음악회에 교향곡은 스케일이 너무 크다. 무게를 들고 있기에 버겁다. 다행인 것은 두 곡 모두 우리 귀에 익숙하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혹시 이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객석 1층과 2층 1,500여 석이 관객들로 만석이다. 경기도민의 클래식에 대한 수준을 알 만하다. 우리 부부는 1층 R석에서, 좌석표를 건네 준 장성근 회장은 직웓과 2층에서 관람한다. 훌륭한 리더는 문화복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교향곡 6번은 귓병을 앓고 있던 베토벤에게 위로가 된 유일한 존재인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 '전원'이라는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였다. 일반적인 교향곡 4악장 구성과 달리 전체 5악장이다. 3악장부터는 5악장까지는 별도의 휴식 없이 이어서 연주한다. 각 악장에는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 '시냇가의 풍경', '시골 사람들의 즐거운 모임', '목동의 노래‘, ‘폭풍이 지난 후의 기쁨과 감사' 등 표제가 붙어있다. 전반적으로 밝고, 목가적이다.

 

 

교향곡 5번은 이상향을 향한 인간의 고난과 역경의 극복을 표현했다. 베토벤이 제자에게 '운명의 문은 이와 같이 두드린다'라고 말한 데서 '운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관조적이고 명상적인 6번 교향곡과는 반대로 치밀한 구성력과 역동성이 특징이다. 1악장 고뇌와 시련, 2악장 다시 찾은 평온함, 3악장 열정, 4악장 환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희망찬 새해를 기원한다.

 

오늘의 지휘자는 이탈리아 출신의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나에겐 초면이다. 머리가 하얀 것이 인상적이다. 홍보 포스터 두 손을 잡고 눈 감고 있는 모습이 예술가 같다. 왜 하필 신년음악회에 베토벤 교향곡일까? 음악 감독 및 지휘를 맡고 있는 마시모 자네티의 신년음악회 동영상을 보았다. 2020년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 이라는 것, 그래서 지금이 베토벤 교향곡 연주 시작이라는 것. 그렇다면 경기필이 내년까지 베토벤 교향곡 9개를 모두 연주한다는 이야기다.

 

음악 감상을 한 아내는 신년음악회 교향곡 연주가 좋다고 말한다. 더욱이 관객들 환호 박수를 보니 적절한 곡목 선택이라고 칭찬한다. 나도 칭찬할 것이 있다. 지휘자에게 악보가 없다. 9개 악장을 완전히 외워 예술적으로 승화했다. 지휘 동작이 따라 음악이 조화를 이룬다. 얼마나 정열적으로 지휘하는지 악장 사이에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작게 연주할 때는 무릎을 구부리고 몸을 웅크린다. 지휘에 혼을 담는다. 지휘자와 연주자가 한마음이다.

 

경기필이 준비한 2019년의 특별한 신년음악회. 평온한 한해가 되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는 뜻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선택했다고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와 국제 정세가 세차게 몰아칠 것 같다. 격동의 시대가 전개될 것임이 분명하다. 오늘 경기필의 감동적인 연주가 역경을 이겨내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나에겐 아주 특별한 신년음악회였다. 이 감동, 오래 갈 것 같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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