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정복한 왕들

2019.02.19 14:10:38

 

공교롭게도 세 명의 왕이 한국을 향해 동시에 선전포고를 했다. 전설 속의 왕 ‘아더’와 정글의 왕 ‘심바’, 그리고 록의 여왕 ‘퀸’이 바로 그 주인공. 각각 뮤지컬과 클래식으로 무대 정복에 나선 세 명의 왕을 만나보자. 또한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지 주목해보자.
 

■전설의 왕=명검(名劍) 엑스칼리버와 원탁의 기사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더왕. 그는 가공된 인물임에도 영국의 전설적 인물이자 켈트 민족의 영웅으로 여겨진다. 6세기경을 배경으로 계속되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수많은 무훈을 세우며 백성을 지켜냈다는 이야기가 그를 주인공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진심으로 백성을 위하는 성군의 모습으로 인기를 끈 아더왕은 덕분에 중세 시대 유럽에서 예수 다음으로 많이 회자된 전설적인 인물로 꼽힌다. 뮤지컬 <킹아더>는 지금까지 영화와 소설,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변주돼온 전설의 왕 이야기를 무대 위로 옮긴 작품이다. 
 

뮤지컬은 아더왕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판타지적 색채를 덧입혔다. 스타일리쉬한 고전이라고 할까. 무대에서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잠재울 영웅을 기다리는 가운데, 우연히 바위에 박힌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더가 왕으로 즉위한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킹아더>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선을 보인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초연부터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높은 인기를 얻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로 대표되는 프랑스 뮤지컬은 싱어와 댄서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특징이 있다. 배우가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춤도 추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다른 점이다. 전문 무용수들이 안무를 소화하는 만큼 난이도 높은 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아크로바틱을 기본으로 한 파워풀한 군무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켈틱팝 풍의 서정적인 넘버와 웅장하고 비장한 분위기의 음악 역시 극에 장중한 분위기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이번 공연은 원작에서 대본과 음악만을 가져오고 무대와 연출 등 나머지 요소를 한국 창작진이 자유롭게 창작하는 논레플리카(non-replica) 프로덕션으로, 제작진은 이야기의 개연성을 높이고 한국 관객 정서에 맞는 방향으로 각색을 진행 중이라고. 전설의 왕 아더 역은 배우 장승조, 한지상, 고훈정이 맡게 된다. 
 

■정글의 왕=‘사자 왕’ 심바가 이번에는 부산을 찾는다. 1997년 브로드웨이 개막 이후 20년 만에 첫 월드 투어를 진행 중인 뮤지컬 <라이온 킹>이 대구, 서울에 이어 부산 공연을 시작하는 것. ‘퀄리티에 있어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엄격한 원칙을 고수하는 프로덕션 덕분에 관객들은 한국의 무대에서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관람하는 작품 그대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수작업으로 일일이 만든 형형색색의 조류와 얼룩말, 사슴, 코뿔소, 심지어 거대한 코끼리 등 200여 개의 동물 퍼펫, 야생 정글을 표현한 거대한 세트와 이를 한층 더 실감나게 만드는 700여 개의 조명효과까지, 말 그대로 극장에 아프리카 초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라이온 킹>의 무대는 ‘상상력의 승리’로 불린다. 여기에 퍼펫(가면)에 생명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까지 더해져 관객들을 아프리카 초원 한 가운데에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심바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는 작품은 관객들에게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록의 여왕=최근 클래식 연주회의 트렌드를 하나 꼽자면 시네마 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 <라라랜드>나 <겨울왕국> <해리포터>처럼 이야기는 물론 음악으로도 사랑받은 영화를 공연장에서 상영하고, 작품 속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현장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형식이다. 한국에서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타장르에 보수적인 유수의 교향악단들 역시 이 흐름에 동참하는 중이다. 이 같은 유행(?) 덕분에 클래식 전문 공연장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록밴드 퀸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시네마 콘서트가 열리는 덕분이다. 
 

지난 10월 개봉한 뒤 놀라운 흥행 기록을 세우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바로 그 영화 말이다. 연주회 <보헤미안 랩소디-퀸을 위하여>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그려낸 영화에서 등장한 ‘Love of my life’,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 ‘Bohemian Rhapsody’ 등의 명곡을 클래식 연주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인 윤한과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안두현의 지휘에 따라 2019년 버전의 퀸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프레디 머큐리는 생전 오페라광을 자처하며 자신의 음악에 오페라적이고 클래식한 요소를 적극 도입하기도 했던 만큼, 이번 공연은 퀸 음악을 색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킹아더> 3.14-6.2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 1577-3363
<라이온킹> 1.9-3.28 | 예술의전당 | 1577-3363
                  4.11-5.19 | 부산 드림씨어터 | 1833-3755
<보헤미안 랩소디-퀸을 위하여> 3.17 | 롯데콘서트홀 | 02-2658-3546

김은아 공연전문매거진 ‘씬플레이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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