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총동문회 등반대회, 화합과 긍지 다져

2019.04.11 09:21:43

모교(母校)하면 생각나는 말은?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모교는 바꿀 수 없다.” 우리에게 모교는 마음의 고향이다. 모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가 있지만 6년간의 학창시절인 초등학교가 항상 그립고 애잔하고 추억이 많이 서려 있다. 아마도 첫 번쩨 학교이기에 그럴 것이다. 급우들도 동네친구다. 부모들도 서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나의 모교는 수원의 세류초교다. 1937년 개교했으니 역사가 82년이다. 올해 77회 졸업생을 배출, 총동문은 3만 여명에 이른다. 우리집 아들 셋, 딸 셋 6남매 모두 모교를 다녔다. 큰형 12회, 작은형 15회, 누나 24회, 나 27회, 여동생 30회다. 막내 여동생은 5학년 때까지 모교에서 공부했다. 우리 집은 바로 모교 정문 앞 두 번째 집 대추나무집.

 

모교에 대한 기억으로는 몇 가지. 당시 집집마다 상수도가 공급이 아니 되어 학교 후문에 있는 우물이 동네사람들의 식수원이었다. 집집마다 물지게는 필수였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물지게로 물을 날라 밥을 지어먹고 세수를 하였다. 빨래는 후문 가까이 있는 수원천에서 하였다. 당시 수원천은 물놀이를 하는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당시 운동장엔 제비들이 그렇게 많았다. 학교 지붕이나 집 처마엔 제비집이 있어 새끼 치는 것을 보고 자랐다. 남학생은 운동장에서 축구나 농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학생은 고무줄 놀이를 하였다. 아카시 꽃이 피는 계절이면 우리는 그네를 타며 입으로 그 꽃을 따먹었다. 선생님은 우리들의 우상이었고 선생님의 말씀은 귀담아 듣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그 모교에 교육대학을 나온 내가 선생님이 되어 80년대 중반 1년 반 동안 근무했다. 모교에서 후배를 가르친다는 사명감과 뿌듯함이 충만해 있었다. 운동회 때에는 100m 출발선에서 출발총을 쏘았고 만국기를 본관에서 북쪽 스탠드 가죽나무에 직접 걸었다. 스카우트 대장직을 맡아 후배들에게 스카우트 정신과 호연지기를 심어주기도 하였다. 하루하루가 기쁨의 날이었다.

 

지난 일요일, 모교 총동문회가 주관하는 제15차 총동문 한마음 등반대회가 있었다. 나는 재작년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프로그램이 좋아서인지 해마다 참가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267명이 참가, 버스 7대에 분승하여 행사를 성공리에 마쳤다. 장소는 제천 용두산(871m)이다. 인근에 의림지(義林池)가 있다. 이렇게 장소는 정한 이유는 참가자에게 등산과 트래킹을 제공하기 위한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다.

오전 8시, 수원시청앞을 출발한 우리는 11시 경 목적지인 제천청소년수련원 주차장에 도착.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두 파트로 나뉘어 산행과 트래킹을 했다. 예년과 다른 점은 등반대회 답게 1등부터 20등까지 순위를 정해 상품을 수여하는 것. 트래킹 코스는 삼한시대 축조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의림지. 제천 10경 중 제1경이다. 주변 수령 200∼300년 된 소나무 2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호수 둘레는 1.8km 인데 수원의 일월호수 둘레길 1.9km와 비슷하다.

 

드디어 고대하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수련원 구내식당에서 뷔페식으로 먹는데 꿀맛이다. 접시에 밥, 제육볶음, 각종 나물, 잡채, 김치 등을 담는다. 선후배들이 모여 ‘위하여’ 도 외친다. 후식으로는 주스와 수박, 방울토마토가 나왔다. 땀을 흘려서인지 접시를 싹싹 비운다. 지금 생각하니 메뉴가 웰빙이다. 시골반찬인데 입에 딱 맞는다.

 

이어진 포크댄스 시간. 내가 강사로 나섰다. 선후배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친교를 다지는 순간이다. 독일의 ‘어린이 폴카’와 영국의 ‘굿 나잇 왈츠’를 배우고 즐기며 선후배간 우의를 다졌다. 실내에선 차량 호수 대항 4인1조 족구가 열렸다. 게임진행은 행사기획국장이 맡았는데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풍선 불어 날리기, 후프 돌리기, 자동차 운전대 통과, 제기차기, 림보, 노래자랑 등이 흥미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의 특징은 15회(76세)부터 49회(42세)까지 각 동문이 골고루 참가했다는 것. 차량 배치도 3∼4개 동기가 합쳐져 배정되었다. 행사를 통해 건강도 다지고 세류동문으로서 긍지를 높이면서 친교와 화합을 도모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특히나 자발적 찬조가 있어 참가자들에게 푸짐한 상품이 돌아갈 수 있었다. 참가자 모두에게는 삼시세끼 곡물세트가 증정되었다. 임원진에서는 행사 준비를 위해 세 차례의 사전답사를 하기도 했다.

 

총동문회 이현실(63) 회장은 “봄나들이에 참가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동문 모임이 한마음으로 화합의 장이 되고 이번 대회처럼 동문 행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괄진행을 맡은 김영만(59) 사무총장은 “행사에 참가한 동문들이 만족해하는 밝은 모습에서 그 동안 준비한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행사마다 더 세심히 준비해 모교 총동문회 발전에 온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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