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문 조사에서 ‘학부모 민원’이 선생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로 조사됐다. 주변에서도 악성 민원으로 고생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교사의 본령은 가르치는 일에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일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러한 민원은 많은 부분 사안의 초기 대응 실패에서 시작된다. 어떤 사안이 생겨 학부모님들께 알려야 할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좋은 일을 전하기도 쉽지 않은데, 좋지 않은 일을 알려야 하는 담임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많은 경험이 있는 교사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미숙한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안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객관화시켜야 한다. CCTV가 없고, 교사가 직접 목격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아이들의 말에 의존해 상황을 유추하고 정리할 수밖에 없다. 사안의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목격한 아이들의 말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에 반비례하여 변형-왜곡되기 때문에 신속한 조사가 객관성을 담보한다.
다음으로 주변의 자문이 필요하다. 담당 부장교사나 선배 교사로부터 조언을 받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는 교감-교장 선생님에게 보고 후 입장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경험적 요소가 중요하므로 단독으로 판단해 오류에 빠질 가능성을 줄여준다.
될 수 있으면 아이가 부모님께 이야기하기 전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연락한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음)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아이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사안에 대한 선입견을 품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교사의 안내와 설명은 변명과 회피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학부모에게 연락할 때 중요한 것은 우선 학부모님에게 위로와 유감을 전하는 것이다. 잘못을 한 학생의 경우에도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심리적 타격이 큰 상태이기 때문에 진정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화술을 구사해야 한다. 적절한 말투와 공감적 화법을 짧은 시간에 배우기는 쉽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런 응대를 잘 하는 선배 교사의 화법을 보고 따라 해보는 것이다.
사안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할 때는 주관적 평가하고 확인된 사실만을 전달하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절차를 중심으로 안내한다. 아이들의 문제에는 ‘가해’와 ‘피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원만한 해결과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임을 설명한다. 칼로 자르듯이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이해와 협조를 당부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예단이나 추측은 철저히 주의해야 한다. 가급적으로 모든 통화 내용은 가능하다면 녹음을 하거나, 통화 내용을 생활기록부 누가기록에 통화 일시와 내용을 기록하도록 한다.
이러한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막상 전화기로 학부모님들과 통화를 할 때는 긴장이 되게 마련이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항목별로 만들어 놓고,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어려운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 어린 ‘공감(共感)’이다. 힘들겠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봐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민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