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플라스틱 없이 보내보세요”.
세계 환영의 날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말이다. 매년 6월 5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세계 환경의 날은 18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하고, 그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었다.
이때 설치된 유엔 산하 기구 유넵(UNEP, 유엔환경계획)은 매년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그해의 주제를 선정 발표하는데, 지난해 주제는 ‘플라스틱 공해 극복(Beat Plastic pollution)’ 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하듯이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며 문명의 발전을 이끄는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재료에 주목하여 구분한다면 현대의 시대는 ‘플라스틱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플라스틱은 거의 모든 도구 제작에 사용되고 있으며 반도체 소자, 디스플레이, 자동차 내장재 등 현대의 첨단 문명을 만드는 혁신적인 제품에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영역 중 하나는 음식의 저장과 보관이다. 냉장고를 열어 보라. 각종 음식이 플라스틱 용기 또는 캔과 유리병 용기들에 담겨 있다. 유리병과 캔의 기술적 진화물이 플라스틱 용기이다.
먹을거리의 저장과 보관은 인류의 삶의 방식과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오랫동안 썩지 않은 음식을 확보하는 일은 다량의 식량 생산과 아울러 굶주림으로부터 해방을 위한 일에 크게 기여했다.
장기간 썩지 않게 음식물을 저장할 수 있는 용기 발명과 더불어 그 속의 음식을 아주 오랫동안 신선한 상태로 유지하며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의 발명은 오늘날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플라스틱과 냉장고에 의해 얻게 된 삶의 혜택을 우리는 얼마나 유익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플라스틱 용기를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환경이 파괴되는 문제를 오늘날 우리는 겪고 있다.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공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플라스틱 용기의 과다 사용은 유리의 식생활과 큰 연관을 가진다. 당장 먹을 것이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음식물을 사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냉장고에 넣으면서 다음에 먹을 때까지 썩지 않고 신선하게 보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다시 먹고자 할 때 신선하게 나를 반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냉장고에서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어 음식물이 상한 채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 후회를 한다. 그리고 그 상한 음식물을 버리면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먹지 않게 될 음식물을 사고 또 버리는 이중의 쓸모없는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이다.
물론, 비용을 지불한 이상 음식물을 사고 먹지 않은 채 버리는 것도 자유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먹지 않고 버릴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올바르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근대 자유주의의 옹호자 존 로크(John Locke)가 『통치론』의 제5장 ‘소유권에 대하여’에서 한 말을 생각하면 좀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로크는 이렇게 서술한다. “그가 소유하게 된 것들이 적절히 사용되지 않고 상하게 되면, 곧 그가 소비하기 전에 과일이 썩거나 사슴고기가 상하게 되면 그는 공통의 자연법을 위반한 것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는 이웃의 몫을 침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에게 삶의 편익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가질 권리를 결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과 냉장고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런데 생활방식은 개선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먹지 않아 썩은 음식물이 굶주림에 처한 아프리카의 어느 아이에게는 매일매일 간절히 원하는 아주 소중한 것이었다고 말이다.
여름에 음식물이 상하기 쉽다. 꼭 필요한 음식물을 사고, 자연적으로 썩지 않는 기한 내에 먹고, 플라스틱 용기는 최소한 이용하면서 아주 필요한 경우에 한해 냉장고에 보관하는 생활방식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